내용요약 보험연구원 "각종 분쟁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정리될 것"
보험업계의 의료자문제도 악용 논란이 일었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보험업계의 의료자문제도 악용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투명성 확보를 위해 보험 산업 통합 독립 의료심사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의료자문 관련 비교공시'를 준비하고 있다. 데이터 작업 등의 이유로 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조만간 의료자문 공시가 실시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보험사 의료자문제도가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적게 지급하는 등의 목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의료자문 제도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하고 의료자문 부지급률 공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료자문제도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때 의학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으로부터 자문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의학 전문가의 판단으로 과잉진료나 보험사기를 걸러내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하지만 일부 금융 소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의료자문제도가 단순히 의학적 자문을 얻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축소하거나 지급 자체를 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깎고 줄이기 위해 손해사정사의 손해사정서를 합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게 하고 자문의사제도를 악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며 "하지만 정작 보험사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는 관련 논쟁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지난 2월 공개한 '4대 핵심사업 추진'에서 소비자 신뢰회복과 민원감축 추진의 일환으로 소비자 민원 발생률이 높은 의료자문제도 등을 개선하는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보험연구원은 보다 근본적인 의료자문제도 개선을 위해 '독립 의료심사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22일 공개한 '미국 의료자문제도 현황 및 시사점'에서 보험의 보장 여부에 대한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의 이견이 있을 경우 한국은 보험약관에서 외부 의료자문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미국은 연방정부 규정에서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은 각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자문을 의뢰하는 현행에 대해 보험 산업 통합 독립 의료심사기구를 설립해 의료자문을 의뢰하고 의료자문 결과를 통합관리해 각종 분쟁조정을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험 산업 통합 독립 의료심사기구가 설립될 경우 의료자문제도와 관련한 각종 분쟁과 문제점이 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정리돼 혼동이 방지되고 조정시간이 단축될 거라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선 독립 의료심사기구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독립 의료심사기구가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기구 설치를 위한 소요 예산 등을 감안해봤을 때 얼마나 효율적일지 모르겠다"며 "일부의 분쟁 사례로 그동안 시행해왔던 업계 전반의 틀을 한 번에 깨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이 독립 의료심사기구 설립을 주장했다./픽사베이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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