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강정호.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과거 자신의 잘못에 대해 거듭 사과하고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왜 자신이 KBO 리그에 복귀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KBO 리그 복귀를 추진하고 있는 강정호(33)가 싸늘한 팬심을 돌리지 못했다.

강정호는 23일 서울 상암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 삼진아웃으로 물의를 빚은 것에 공식 사과했다.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뛰던 2016년 12월 국내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2009년, 2011년 2차례 음주운전 전력이 추가로 드러났다. 당시 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실형을 선고받은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렸지만, 비자 문제 등으로 인한 공백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출당했다. 빅리그 재입성에 실패한 강정호는 지난 5월 개인 자격으로 임의탈퇴 해지 신청서를 KBO 측에 제출하며 복귀 의사를 알렸다. 임의탈퇴 신청서를 접수한 KBO는 5월 25일 상벌위원회를 통해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사실상 KBO 리그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강정호의 친정팀인 키움 히어로즈는 강정호의 거취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이날 짙은 회색 정장을 입고 검은색 마스크를 낀 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그는 90도로 고개를 숙인 뒤 준비해온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강정호는 “2011년 벌금형을 받고 면허가 취소됐다. 무지하게도 구단에 걸리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알리지 않았다. 2016년 음주운전 사고 때도 현장을 수습하지 않고 떠났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제 잘못된 행동으로 실망한 팬들께 엎드려 사과드린다. 이기적으로 살아온 저를 후회하며 스스로 돌이켜봤다. 너무나도 부끄럽고 죄송했다. 4년 동안 금주를 이어가고 있고 앞으로도 금주하겠다. KBO리그 팬과 관계자들에게 속죄하고 싶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바칠 각오를 했다. 묵묵하게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향후 계획을 밝히며 기부와 봉사를 약속했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키움 구단에서 저를 받아주신다면 첫해 연봉 전액을 음주운전 피해자들에게 기부하고, 음주운전 캠페인에 꾸준히 참여하겠다. 은퇴할 때까지 기부하고, 비시즌에 재능 기부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과문을 낭독한 뒤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받은 강정호는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그러면서도 재차 KBO 리그 복귀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제가 생각해도 한국에서 야구할 자격이 없다. 그래도 정말 내가 변한 모습을 팬들께 보여드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하고 싶었다”면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팬들께서도 언젠가는 지켜봐 주시는 바람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강정호. /임민환 기자

다음은 강정호와 일문일답.
 
-한국 복귀를 결정한 이유는.
“스스로 한국에서 야구할 자격이 있는지 수없이 생각했다. 제가 생각해도 자격이 없다. 그래도 변한 모습을 KBO 리그 KBO 리그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복귀를 결심하게 됐다.”
 
-키움 구단과 복귀에 관한 얘기를 나눴는지.
“복귀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 김치현 단장에게 제 심정을 얘기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야구를 하지 않는 게 진정으로 반성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KBO 리그에서 변한 모습을 많은 분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또 야구 꿈나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어린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그래서 더 도움이 되고 싶다.”
 
-2016년 사고 직후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을 해서 팬들의 공분을 샀는데.
“당시엔 제가 무지했고 어리석었다. 어린 생각에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도미니카에서 선교사님을 만나면서 더 깊이 반성했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공식 사과가 늦어진 점에 대해서 비난의 목소리가 큰데.
“사과가 늦어진 점도 진심으로 사죄한다. KBO의 징계를 받지 않은 상황이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귀국 일정도 늦어졌다.”
 
-팬들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 반응을 보이면.
“많은 질타를 받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더 성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팬들께서도 언젠가는 지켜봐 주시지 않을까'라는 바람이 있다.”
 
-만약 미국에서 계속 뛰었다면 평생 사과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은퇴한 뒤에라도 팬들에게 사과할 생각이었다.”
 
-키움 구단이 왜 강정호 선수를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예전 정으로 받아달라고 하는 건 양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키움에 들어가면 선수들이나 팬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숙취 음주운전’이 적발된 박한이는 바로 은퇴를 선언했는데.
“저도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
 
-야구선수들이 왜 자꾸 음주운전을 한다고 생각하나.
“야구를 하면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가면 자만하고 거만해지는 선수들이 있다.  나도 그랬다. 나의 모습을 보고, 팬을 생각하면서, 다시는 KBO리그에 음주운전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오랜 기간 야구를 쉬었는데 몸 상태는.
“경기 감각은 떨어졌지만, 몸 상태는 괜찮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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