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드라마의 소재가 갈수록 다양화되는 추세다. 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가족입니다')와 JTBC '야식남녀'에는 공통적으로 성소수자를 소재로 삼고 있다. 이전에는 흔히 등장하지 않았던 소재였지만 현재 여러 드라마에서 LGBT(성소수자;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성향을 띄는 드라마 속 캐릭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성 정체성을 숨긴 성 소수자

'가족입니다'는 가족 같은 타인과 타인 같은 가족의 오해와 이해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자부하는 가족이지만 알고 보면 서로에 대해 가장 알기 어려운 점을 드라마 전반의 공감대로 내세우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김은주(추자현)와 부부 사이인 윤태형(김태훈)이 뒤늦게 게이였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윤태형이 출장을 간 후 김은주의 집에서 핸드폰을 충전하기 위해 윤태형의 노트북을 열어보게 된 김은희(한예리)가 '와이프에게 커밍아웃했어?' 등의 대화 내용이 담긴 채팅창을 발견해 비밀을 알게 됐다. 이후 김은주는 임신하기 위해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떠올리며 배신감에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가족입니다'에서는 자신의 성적 취향을 숨긴 채 살아가는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쉽게 자신의 비밀을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살아가는 캐릭터의 모습을 통해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 색다른 삼각 로맨스

반면 '야식남녀'는 '가족입니다'와 전혀 다른 형태의 성 소수자 이야기를 그린다. 박진성(정일우)과 김아진(강지영), 강태완(이학주)을 기반으로 하는 삼각 로맨스를 그리고 있지만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좋아하는 형태가 아닌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를 넣어 독특한 삼각 로맨스를 선보이고 있다. 

극 중 박진성은 '야식남녀'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자신을 게이 셰프라고 위장했다. 이로 인해 박진성이 게이인 줄 알면서도 그에게 빠져든 김아진은 혼란스러워하고 실제로 남자를 좋아하는 성 소수자 강태완은 방송국에서 박진성을 우연히 마주친 후 묘한 끌림을 느낀다. 한 여자를 두고 다른 두 남자가 대결 구도를 선보이는 삼각 로맨스와는 다른 구도다.

■ 같은 소재 다른 이야기

이처럼 두 드라마 모두 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지만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 쪽은 성 소수자지만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고 다른 한 쪽은 성 소수자인 척 위장한다. 둘 다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드라마이지만 '가족입니다'에서는 성 소수자라는 사실이 치부가 되는 반면 '야식남녀'에서는 갈망하는 하나의 타이틀이 됐다. 같은 소재이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려냈다.

이는 성 소수자라는 소재 자체가 가지는 이중성 때문이다. 해당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만큼 찬반 논란이 계속되며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입장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도출된다.

하지만 두 드라마 모두 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영화보다 보수적인 안방극장에 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워 소재의 다양화를 시도했다. 여러 성 소수자 중에서도 게이로 통일되기는 했지만 이전과는 다른 이야기를 그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런 드라마 속 성 소수자 소재는 요 몇 년 꾸준하게 등장하는 소재다. 최근 종영한 JTBC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단밤의 요리사 마현이(이주영)가 여성에서 남성이 되려는 트랜스젠더였고 MBN '우아한 가'에서는 재벌가 3세 차남 모완준(김진우)이 남성이지만 여성이 되려는 인물로 그려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기 쉬운 것이 드라마이기 때문에 규제가 더욱 엄격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15년 JTBC '선암여고 탐정단'은 여고생끼리 나눈 키스 장면이 송출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더불어 케이블이나 종편에서는 성 소수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계속 시도하고 있지만 지상파는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2008년 방송된 KBS2 드라마시티 '비밀, 당신만 모르는'에서 무명 화가 박형주(엄기준)가 아내와 친구 사이에서 고민하는 양성애자를 그린 이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여전히 성 소수자 라는 소재 자체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꾸준하게 성 소수자 캐릭터가 등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입체적으로 그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드라마 관계자는 "해당 소재는 자칫 잘못하면 편견 속에서 다뤄질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쉽게 다루지 않는 소재일 수밖에 없다"며 "또한 자극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슈를 만들기 위해 다루기보다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현실적인 시선에서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소재로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포스터, JTBC '야식남녀' 포스터

최지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