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하성(가운데)이 23일 LG와 경기 중 타격에 임하기 전 십자가를 그리고 있다. 잠실구장=박대웅 기자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하나님, 도와주소서.'

키움 히어로즈의 김하성(25)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시즌 7차전에서 일종의 의식(?)을 행하며 플레이를 펼쳤다. 타격박스에서 방망이로 뭔가를 계속 그려 눈길을 끌었다. 그가 그린 것은 바로 십자가다. 프로야구계에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김하성이 타격 전에 일종의 ‘루틴’을 계속 펼쳤다.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선 뒤 홈플레이트 뒤에서 행동을 지켜 봤다. 그는 홈플레이트 위에 방망이로 십자가를 그리고 타격 준비를 마쳤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십자가를 그렸다. 좋은 결과를 바라는 김하성의 마음이 신에게 잘 전달된 것일까. 김하성은 5월 23일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 이후 이날까지 27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십자가를 그리는 의식을 하는 선수는 김하성 말고도 또 있다. 24일 오전 기준 홈런 2위(13개)에 올라 있는 LG 트윈스의 4번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26) 또한 ‘십자가 의식’을 벌였다. 이날 경기에서 라모스는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서면서 타격박스 위쪽에 방망이 뒷부문 노브를 이용해 조그마한 십자가를 그렸다. 하지만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김하성과 라모스와 다르지만 타격 전 행운의 그림을 그리는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러선수들이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행운을 바란다. 23일 키움-LG전에서 키움의 허정협(30)은 대각선을 긋고 타격에 나섰고, 박병호(34)는 왼쪽 홈플레이트 끝부터 오른쪽까지 방망이로 찍은 뒤 타격 자세를 잡았다. 타격을 위한 집중을 하기 전에 자신만의 습관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홈플레이트에 문양이나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문제되지 않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모자 등 야구용품에 종교 관련 표식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라운드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그라운드에 십자가 등 그림을 그려 넣는다고 제재를 받지 않는 셈이다. 다만 땅을 너무 깊게 파면 불규칙 바운드가 날 수 있어 심판이 제지할 수 있다.

잠실구장=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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