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신갈 대한항공 연습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올레니 코치.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남자배구 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로베르토 산틸리(55) 대한항공 감독은 8일 첫 공개훈련에서 대한항공에서 구현하고 싶은 배구를 묻는 말에 “대한항공은 지금 좋은 수프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소스만 더 첨가하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분석 전문가 프란체스코 올레니(44) 코치가 산틸리 감독이 추가할 소스의 맛을 더해줄 특급 조력자다. 2005년 이탈리아 클럽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올레니 코치는 러시아, 덴마크, 폴란드, 중국 다양한 국가의 클럽과 대표팀에서 전력분석관으로 일했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배구 데이터 분석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었다.

지난 시즌 러시아 슈퍼리그 VC 쿠즈바스 케메로보에서 코치로 일한 그는 같은 이탈리아 출신 산틸리 감독과 인연으로 V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7일 경기도 용인 대한항공 신갈연수원에서 만난 올레니 코치는 “15년 전부터 데이터 분석 일을 시작했다. 이탈리아 리그에서 3년간 일한 뒤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선 해외에서 일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전 늘 오픈 마인드였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대한항공이라는 팀을 알고 있었다. 한국 최고 팀에서 일할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배구 스타일을 경험한 게 올레니 코치의 장점이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고, 국제배구연맹(FIVB)에서 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을 교육하는 일도 했다. 지금도 국제 배구의 흐름과 트렌드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는 올레니 코치. /임민환 기자

여러 나라에서 생활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만큼 적응력도 탁월하다. 올레니 코치는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경험이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 팀이어서 제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면서 “저번주에는 서울 한남동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서 우리카드 네맥 마틴 코치와 식사를 했다. 음식 맛은 좋았지만, 가격이 조금 비싸서 놀랐다”고 웃었다.

올레니 코치의 주 업무는 전력분석이다. 팀에 필요한 데이터 만들고 분석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이 임무다. 그는 “분석은 배구의 기본”이라는 철학을 가진 산탈리 감독의 든든한 동반자다.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도 전력분석이었다. 올레니 코치는 2주 자가격리 기간 산틸리 감독과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몰두했다. “비시즌 훈련과 연습경기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어떻게 적용할지 감독님과 함께 결정할 것이다. 선수의 기술과 시간 등 제한된 환경에서 최고의 경기력이 나올 방법을 찾는 게 전력분석이다”라고 강조했다.

올레니 코치는 분석과 관련한 확고한 철학도 소개했다. “전력분석은 우리가 일상 행동과 닮아 있다. 보통 사람들은 매일 자신이 한 일을 돌아보고 보완점을 찾는다. 가게 주인도 가격과 상품을 비교하고 분석한다. 전력분석도 비슷하다.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필수적인 작업”이라고 했다. 이어 “데이터는 항상 유용해야 한다. 제가 분석한 것을 팀에서 채택해야 하기 때문에 팀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 빨리 파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금은 새로운 대한항공의 밑그림을 그리는 시기다. 천천히 대한항공에 ‘데이터 배구’를 이식할 계획이다. 올레니 코치는 “감독님이 말한 것처럼 대한항공은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고, 올바른 방향성을 갖고 있다”면서 “기존의 대한항공 시스템과 감독님과 제가 추구하는 시스템을 결합해 V리그에서 데이터 분석을 가장 잘 활용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힘줘 말했다.

용인=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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