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생체 간 기증자 1만여명 장기 추적…안전성 문제 없어
서울대병원 연구진, 간 이식자 1만116명 추적결과 발표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전문기자] 지난 달 인기리에 종영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는 다양한 간 이식 사례가 등장했다. 특히 딸에게 간을 이식하기위해 2주간 7kg을 감량한 아버지의 이야기는 많은 시청자의 눈물을 자극했다.

서울대병원 간이식팀(왼쪽 위부터 우측으로) 서경석·이광웅·이남준·최영록·홍석균·이정무 교수/제공= 서울대병원

우리나라에서 생체간이식은 1년에 인구 100만 명당 20명 정도로 이뤄진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지만, 간 기증자들의 수술 후 장기생존율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세계적으로도 제대로 보고된 바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병원 간이식팀이 지금까지 간 기증자 1만여 명을 장기 추적 관찰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생체 간 기증 후 간질환으로 사망한 경우는 극소수에 그쳤다. 간이식 수술 후에도 기증자의 간 건강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19명의 기증자가 극단적 선택을 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후 장기 기증자에 대한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서울대병원 간 이식팀(서경석 이광웅 이남준 최영록 홍석균 이정무 교수)은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신애선 교수, 최선호 전문의)과 질병관리본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데이터를 활용해 2000년부터 2015년까지 간을 기증한 1만116명을 추적·관찰했다.

연구팀은 간 기증자의 사망 원인을 유형별로 분류했다. 또 간 기증자와 일반 표준인구의 생존율을 비교해 간 이식 수술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제공= 서울대병원

전체 간 기증자 1만116명 중 사망자는 총 53명(0.52%)이었으며, 사망원인으로는 자살(19명), 암(9명), 교통사고(7명), 간 질환(5명), 뇌혈관 질환(3명), 심장 질환(1명), 기타(9명) 순으로 나타났다.

간 기증 후 간 질환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확률보다 적었다. 또한 전체 간 기증자의 수술 후 10년 누적 사망률은 0.9%로 간 기증의 안전성을 입증했다.

다만, 19명의 기증자가 자살로 사망한 점은, 수술 후에도 간 기증자에 대한 꾸준한 관찰·관리가 필요하고 심리적인 지원을 제공해야함을 시사한다.

추가로 연구팀은 ‘간 기증자’ 그룹과 ‘표준인구’ 그룹의 장기생존율을 비교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표준인구 그룹은 간 기증자 그룹과 성별·나이 비율을 맞춰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서 무작위로 추출했다.

그 결과, 간 기증자 그룹의 수술 후 10년 누적 사망률은 0.5%로 표준인구 그룹의 0.9%보다 오히려 낮았다. 생체간이식 수술 후에도 간 기증자가 안전함을 입증한 것이다.

이남준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생체간이식이 1만1000건 넘게 진행됐지만 아직까지 간 기증자의 장기 성적에 대한 대규모 연구는 없었다”며 “수술 후에도 간 기증자를 장기적으로 관찰해야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정신건강 관리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외과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 ‘외과학연보(Annals of Surgery)’ 최근호에 실렸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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