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루비콘강은 이탈리아 북동부를 동류해 아드리아해로 흘러들어 간다. 고대 로마시대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강을 건너는 것은 반역을 의미했다. 여기서 유래된 '루비콘강을 건너다'라는 말은 되돌아 갈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을 때 곧잘 인용된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는 현재 루비콘강 앞에 서 있다.

KBO 리그 복귀를 추진 중인 강정호(33)는 서울 상암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016년 12월 음주운전 사고와 그 이전에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것에 대해 뒤늦은 사과를 했다. 2016년 12월 음주운전 적발과 ‘삼진아웃제’ 적용에 따른 실형 선고를 받은 이후 공식적으로 사과하기까지 약 4년이 걸렸다.

강정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리 준비해 온 사과문을 읽고 여러 차례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국내 야구팬들이 왜 자신을 용서해야 하는지, 자신이 왜 KBO 리그에서 다시 뛰어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사과 시점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엔 "KBO 징계와 코로나19 탓에 입국이 미뤄져 사과가 늦어졌다"고 동문서답했다. 야구를 그만두는 게 진정한 반성이 아니겠느냐는 질문에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강정호는 “제가 생각해도 자격 없다”라거나 “제가 생각해도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언행 불일치’의 모습을 보였다.

팬들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달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정호의 영구 퇴출을 요구하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복귀를 위해 사과를 한 강정호의 태도에 반대 여론은 더욱 강해졌다. 야구 팬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 강정호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실형까지 선고 받은 범죄자가 절대 KBO 리그에 돌아와선 안 된다며 분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은 강정호의 국내 보류권을 가진 키움에 넘어갔다. 키움은 그동안 강정호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강정호의 KBO 리그 복귀 선언 뒤 “기자회견 이후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어찌됐든 강정호는 키움의 요구대로 직접 나서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키움의 결단만 남았다. 

사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키움도 몹시 난감한 상황이다. 여론을 생각하면 당연히 강정호를 품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포스팅 금액으로 500만 달러(한화 약 60억 원)를 팀에 안겨주는 등 팀 공헌도가 높은 선수를 매몰차게 외면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온정주의’를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야구계에 만연한 온정주의는 리그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파괴하는 주범이다. 키움이 온정주의나 의리, 당장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강정호를 품는다면 모든 비난의 화살을 맞을 게 뻔하다. 더구나 히어로즈는 여러 차례 도덕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강정호 영입으로 KBO가 내건 클린베이스볼과 구단 이미지가 동반 추락할 가능성이 짙다. 강정호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스스로 기름을 끼얹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꼴이다. 

이제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강정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팬은 없다. 키움이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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