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형평성 논란ㆍ입시 문제 등 잡음
13일 2020 전국고등축구리그에서 맞대결한 전주공고와 이리고. /대한축구협회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대한축구협회(KFA)가 고교 축구 선수권대회(이하 전국대회)를 취소 대신 연기하기로 했으나 그 과정에서 나온 대학 입시 문제와 형평성 논란 등 잡음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KFA는 23일 다음달부터 시작하려던 전국대회 일정 연기를 알리며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단체 의견을 바탕으로 고등부 전국대회 일정 조정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KFA가 공개한 주요 내용은 ▲7월 전국대회는 9월로 연기 ▲8월 전국대회는 철저한 방역 대책 아래 시행 ▲9월 대회 실적이 대학 입시에 반영되도록 행정 조치 실행이다. 결정에 앞서 KFA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여전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맹위를 떨치자 전국대회 취소를 논의했다. 이 사실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산하 유스팀에 알리면서 일반 고교팀에도 전해졌고, 고교선수와 학부모의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고교 3학년 선수에겐 전국대회 성적이 대학 입시를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로 작용한다. 대회가 취소된다면 입시 조건 ‘전국대회 8강 혹은 4강 이상의 성적’에 충족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관계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정상적으로 전국 단위 토너먼트 대회를 연 다른 종목과 달리 유독 축구에서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회를 취소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김해고등학교의 우승으로 마무리된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도 이달 11일부터 22일까지 무관중으로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과 신월야구장에서 열렸다. 경상북도 김천에서는 20일부터 제41회 테니스 회장기전국남녀중고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0 춘계 전국남녀중고배구연맹전도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충청북도 단양에서 열린다. 또 다음달 16일부터 22일까지는 경남 진주에서 제54회 대통령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가 펼쳐진다. 실내 스포츠인 배구도 대회를 그대로 진행하는 상황에서 전국대회 취소 소식을 들은 학부모들이 거센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3일 2020 전국고등축구리그에서 맞대결한 군산제일고와 정읍단풍FC U-18. /대한축구협회

KFA는 일정 조정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KFA가 처음 일정 조정을 논의한 건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 때문이다. KFA는 “현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수도권과 대전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 퍼져나가는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무증상 감염자가 최대 50%에 육박해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대회에 나설 선수, 지도자, 심판, 학부모를 비롯한 관계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심사숙고했다”고 설명했다. 2차 대유행으로 수도권 감염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고교팀이 대다수가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 집중된 점은 전국대회 개최를 안갯속으로 빠뜨렸다. 고등부의 경우 2020년 등록된 총 179개 팀 중 절반이 넘는 95개 팀이 서울, 경기, 인천을 연고로 한다. 전국대회가 열리는 각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선수단과 관계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지난해 전국 규모 고등부 대회를 치른 지자체 통계에서 개최지를 방문한 사람만 5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KFA는 전국대회 연기로 고교선수 입시에 지장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월에서 두 달 연기한 9월 대회 실적이 9월 24일로 예정된 대학 수시전형에 반영되도록 행정 조치를 할 계획이다. KFA 관계자는 “7월 고등부 대회 연기는 기회 공정성을 고려한 조치다.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며 “현재 방안으로 피해를 보는 학생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8월 예정된 고등부 전국대회 안전 개최를 위해 정부, 관계 기관, 개최지 지자체와 협조하고 방역 예산을 추가 투입해 안전요원 확보, 관련 방역 대책 홍보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덧붙였다. 홍명보 KFA 전무이사는 23일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관계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전국대회 일정 조정을 결정했다”며 “고등부 대회 연기로 입시, 취업 관련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유관 단체와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상빈 기자

키워드

#KFA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