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경기가 열리고 있는 창원 NC파크 관중석에 팬들의 사진이 자리해있다.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워터파크, 놀이공원, 해수욕장, 영화관은 되는데 왜 야구장만 안 되나요?”

최근 야구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글이다.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두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도 야구장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유독 프로야구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정부의 태도에 야구계가 시들어 간다.

지난달 5일 개막한 2020 KBO 리그는 25일 오전 현재 팀당 144경기, 총 720경기 일정 가운데 29.4%를 소화했다. 정규시즌 일정의 약 30%를 무관중으로 치른 상황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6월말~7월초 관중 입장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야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출입이 금지된 공공 실외체육시설이다. 정부에서 야구장을 예외로 풀어줘야 관중 입장이 가능하다. 

정부는 프로스포츠 경기의 관중 입장 여부를 이르면 이번 주말 확정할 예정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5일 코로나19 상황 백브리핑에서 "야외 스포츠, 특히 프로야구와 축구 관중 입장과 관련해서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논의하고 있다"면서 "(관중 입장) 비율을 몇 퍼센트로 할지 등은 실무적인 차원에서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24일 본지와 통화에서 “무관중 경기가 길어지면서 구단들이 재정난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지속해서 협의 중이다. 문체부는 긍정적인데, 이태원 쇼크 이후 질병관리본부에서 조심스러워하고 있어서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승인 없이 관중을 야구장에 입장하도록 할 순 없기 때문에 정부의 방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KBO 사무국과 각 구단은 1주일 단위로 관중 입장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 주중 3연전과 주말 3연전으로 나눠 화요일 또는 금요일부터 관중이 야구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류 총장은 “구체적인 날짜를 못박을 수는 없다. 이르면 이달 30일이 되겠지만, 다음달 3일이나 7일이 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KBO는 관중 입장 시 방역 매뉴얼을 이미 만들어놨다. 대표적으로 야구팬들이 사랑하는 ‘야구장 치맥’이 금지된다. KBO는 코로나19 매뉴얼에 따라 일정 간격을 두고 자리를 배치하고, 바이러스의 비말 전파를 막고자 경기 관전 중에는 음식물 섭취를 엄격하게 금지할 계획이다.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고 과도한 응원도 자제할 계획이다. 구단들도 자체 방역 매뉴얼을 마련했고, 티켓 예매시스템 구축을 완료하며 관중 맞을 준비를 마쳤다. 류 총장은 “중대본에서 허락만 한다면 언제든 관중을 입장시킬 수 있도록 준비는 해놨다. 처음에는 전체 관중의 20~30%가량을 받는 것으로 협의 중이다. 관중이 입장한다면 메뉴얼에 따라 철저한 방역을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무관중 경기가 열리고 있는 잠실구장. 응원단 만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OSEN

KBO 리그 구단들은 관중 입장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구단들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다. 무관중 경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구단들의 재정난은 악화하고 있다. KBO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개 구단의 총 관중 수입은 약 858억3500만 원이다. 경기당 평균 수입은 1억1900만 원이다. 입장수익은 구단 1년 수입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그러나 올해는 정규시즌 일정 30%를 소화할 동안 입장수익이 ‘제로’였으니 벌써 300억 원 가까이 증발한 셈이다. 관중이 오지 않으면 입장료 수입은 물론이고 구단 상품(굿즈) 판매, 광고 매출, 식음료 매출, 심지어 주차요금 수입까지 모두 끊긴다. 수익 구조가 다양하지 않은 KBO 리그 팀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대다수의 구단이 모기업의 재정 상태도 좋지 않아 지원금을 바라기도 힘든 현실이다. 

자생력이 약한 구단들은 허리 띠를 졸라매고 있다. KBO와 10개 구단 단장들은 23일 실행위원회에서 북부리그와 남부리그 퓨처스(2군)리그 선수들의 인터리그 경기를 올해엔 치르지 않기로 했다. 원정 경기 숙박비와 이동 비용 등 선수단 운영비를 조금이라도 절감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재정난이 계속되면 인력 구조조정 강도가 심화할 수 있다. 저연봉을 받는 2군 선수들이 가장 먼저 타깃이 될 수 있다.

수도권 A구단 단장은 “무관중 경기가 길어지면서 구단 재정이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어떻게든 경비를 절감할 방안을 찾고 있다. 전체적인 예산을 다시 짜야 할 정도로 어렵다. 실행위에 가 보니 우리 구단뿐만 아니라 모든 구단이 정말 어려운 상황이더라”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방 B구단 단장도 “실행위에서 어려운 현실에 지쳐있는 우리의 입장을 얘기했다. 수입이 없다 보니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모기업 자체가 힘들어서 지원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관중이 입장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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