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피나는 노력 끝에 얻은 값진 영광
2015년 그랑프리 대상경륜 결승에 진출한 (왼쪽부터) 정종진, 이현구, 박용범. /경륜경정총괄본부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경륜을 막 경험한 팬은 2020년 현재를 대표하는 많은 강자가 처음부터 우수한 성적으로 주목받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속 사정을 들여다 보면 놀라운 인생 역정이 숨어 있다.

대상경주 4연패에 빛나는 데뷔 8년 차 ‘경륜 최강자’ 20기 정종진(33)도 한때 경륜선수로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하던 시기를 보내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정종진의 데뷔 당시 최대 고민은 저조한 성적보다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다. 단거리 선수에게 필요한 순간적인 파워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람한 근육이 필수다. 체중을 늘리는 게 경륜선수에겐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정종진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하루 네 끼 이상을 먹으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살을 찌우려 했다. 2년간 노력한 끝에 자기가 원하는 체중에 도달했고 웨이트 강도를 높여 이상적인 몸을 만들었다. 이후 타고난 지구력과 끈기에 힘까지 더해 한국을 대표하는 경륜 최강자가 됐다.

2019 그랑프리 대상경륜 우승컵 들어 올리며 4연패를 달성한 정종진. /경륜경정총괄본부

정종진 외에도 21기 황인혁(32)과 18기 신은섭(33)도 체질 개선과 자기만의 훈련 방법을 토대로 성공한 ‘대기만성’형 선수다. 경륜선수로서 적은 체중을 극복한 뒤 힘이 넘치는 근육을 만들어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아마추어 시절 도로와 1㎞ 독주 선수였던 황인혁은 프로에 데뷔한 뒤 혹독한 웨이트 훈련으로 근육을 만들었다. 정종진과 마찬가지로 남다른 지구력을 갖고 있기에 절실했던 힘 보강은 성공 밑거름이 됐다. 여기에 이상적인 페달링을 개발한 것 또한 경륜선수로 성공을 앞당긴 비결 중 하나다. 웨이트를 위해 개인 연습실까지 갖추며 힘 보강에 집중한 신은섭의 성공 이야기도 미래 경륜 강자를 꿈꾸는 이가 새겨들어야 한다. 아버지가 마련해준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동시 경기장 근처에 기거하며 피스타 적응력을 높였다. 아울러 ‘훈련만이 살길’이라는 좌우명을 바탕으로 남다른 훈련량을 소화하면서 강자 반열에 올랐다.

16기 이현구(37)와 18기 박용범(32)의 성장 과정 또한 귀감이 된다. 데뷔 초창기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던 둘의 공통점은 아마추어 시절 유명 선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박용범의 경우 ‘연습 벌레’로 불릴 만큼 하루하루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 그 결과 목표한 2년을 1년 앞당기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2015년 그랑프리 우승을 비롯해 2016년 30연승을 달성한 배경엔 피나는 노력이 자리한다. 16기 수석 졸업자 이명현(36)의 아성을 무너뜨린 이현구의 인생 역전 또한 대단하다. 데뷔 초 그는 이명현의 그늘에 가려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무려 6년을 노력한 끝에 2014년 그랑프리 대상경륜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2020년 현재 총 순위 8위로 여전히 경륜선수 톱10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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