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포스트 코로나 시대, 반도체 초격차 활동 강화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수사와 기소가 적절치 않다며 불기소 의견을 내면서 삼성이 한시름 놓게 됐다.

이 부회장에 대한 범죄 혐의 여부를 따지면서도 한편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악화 상황 속에서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삼성에 대해 검찰이 더 이상 발목을 잡을 수 없다는 판단도 녹아있던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 의견을 두고 재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를 비롯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되는 상황 속에서 글로벌 경영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선 오너의 결정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삼성의 경우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판단으로 당장의 오너 부재라는 위기는 넘긴 듯 하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권 승계 문제로 1년 8개월 넘게 수사를 진행하며 이 부회장에 대해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 검찰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삼성 측은 지난 2일 기소 여부에 대한 검찰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고, 곧바로 검찰이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등 3명에게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부정거래,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맞불을 놨다.

하지만 법원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3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해 삼성이 신청한 수사심의회 개최 기회를 얻게 됐다.

지난 26일 진행된 수사심의위는 대검찰청에서 현안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삼성 합병·승계 의혹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9시간가량의 심의를 마친 현안위 위원들이 비밀투표를 진행한 결과 과반수 이상이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 처분하라는 심의 결과를 내놨다.

이에 삼성 측 변호인단은 “수사심의위 위원님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기업활동에 전념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는 심의위원들이 이 부회장의 혐의 여부 뿐만 아니라 삼성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주요 의사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부재는 그 어느 때보다 삼성에 대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내놓은 이후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최첨단 극자외선(EUV) 파운드리에 10조원, 낸드플래시 신규 라인에 8조원 등 총 18조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계획을 내놓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반도체 부문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가혹한 위기 상황”이라며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확대되는 상황 속에도 이 부회장은 중국 시안의 반도체 공장에 방문하는 가하면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하는 등 미래 먹거리 사업도 직접 챙기며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삼성은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환경이 확대됨에 따라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5세대 이동통신(5G)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모바일과 가전 사업 등에 대한 시장 점검에도 나섰다.

다만 강제성이 없는 심의위원회 권고 의견과 달리 검찰이 다시 기소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하면 재판 일정 때문에 삼성은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삼성에 대한 각종 쇄신안을 내놓고 있는 만큼 검찰의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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