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찬헌이 27일 인천 SK전에서 개인 첫 완봉승을 거둔 뒤 기념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LG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열흘에 한 번 등판하는 남자, 정찬헌이 생애 최고 투구를 펼치며 LG 트윈스를 7연패 수렁에서 건져 올렸다.

정찬헌은 2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KBO 리그 SK 와이번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3피안타 2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생애 첫 완봉승을 수확하며 LG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LG는 이날 경기 전까지 7연패에 빠져있었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 투타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지며 추락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 선두 NC를 1.5경기 차이로 추격했지만, 무기력한 7연패를 당하며 순위가 5위까지 내려왔다.

LG는 7연패 기간 선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 투구)가 2회에 그쳤다. 심각한 타격 부진과 불펜진의 집단 난조를 겪고 있는 LG는 선발의 호투가 절실했다.

LG가 간절히 원했던 ‘연패 스토퍼’는 정찬헌이었다. LG는 올 시즌 5선발에 베테랑 이민호와 루키 이민호를 번갈아 기용하고 있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갖고 있는 정찬헌의 신체적 부담과 경험이 적은 신인 이민호의 정신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정찬헌은 이날 경기 전까지 4경기 연속 퀄리티스사트 행진을 벌이며 '열흘에 한번' 등판 간격을 지켜주는 류중일 감독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이날도 흠잡을 데 없는 투구를 펼쳤다. 8회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며 SK 타선을 철저히 봉쇄했다.

1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정찬헌은 2회 1사 후 고종욱과 김강민에게 연속 볼넷을 내줘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후속타자 이재원과 최준우를 각각 중견수 뜬공과 2루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실점 위기를 넘긴 정찬헌은 거침 없는 투구를 이어갔다. 3회부터 8회까지 모두 삼자범퇴로 틀어막으며 노히트 행진을 이어갔다. 2회 이재원부터 8회 최준우까지 20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며 SK 타선을 완벽히 제압했다. 8회까지 투구수는 93개에 불과했다. 노히트 노런까지 아웃카운트 3개만 남겨뒀다.

대기록을 향한 발걸음은 9회에 멈춰섰다. 선두타자 대타 정의윤을 삼진으로 잡은 정찬헌은 김경호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이날 첫 안타를 허용했다. 기록 행진이 깨진 정찬헌은 흔들렸다. 최지훈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한 뒤 최정에게도 중전 안타를 맞아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로맥을 삼진, 고종욱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생애 첫 완봉승을 완성했다.

LG 토종 투수가 완봉승을 기록한 건 2016년 9월 18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 류제국 이후 처음이다.

경기 뒤 정찬헌은 방송 인터뷰가 끝난 뒤 후배들의 시원한 얼음물 축하 세례를 받았다. 이상규, 정우영 등 후배들은 방송 인터뷰를 하는 정찬헌 뒤에 숨어 대기하다 아이스박스와 음료수를 정찬헌의 머리 위로 뿌렸다.

정찬헌은 “9회 말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에 노히트인 것을 알았다. 이닝과 투구 수에 신경 쓰지 않고 한 이닝 한 이닝 집중해서 던졌는데 어느 순간 9회까지 왔다. 완봉승은 고등학교 때 이후 처음인데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노히트 행진이 깨졌을 때 아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 저는 괜찮은데 포수인 (유)강남이가 아쉽다며 웃고 있어서 같이 웃었다. 팀만 이기면 된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찬헌은 시즌 초반 5선발을 나눠 맡은 신인 이민호에게 “둘이 합쳐 10승만 하자”고 했다. 하지만 벌써 정찬헌이 4승, 이민호가 2승을 올렸다. 목표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정찬헌은 “목표는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승수를 의식하지 않고 (이)민호와 제가 등판할 때마다 제 몫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올 시즌 전까지만 해도 정찬헌의 선발 변신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정찬헌은 4승 1패 평균자책점 2.56으로 호투 중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많이 배웠고, 여러 과정을 거쳤다. 노하우가 쌓인 게 지금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인천=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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