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SBS가 또다시 일베 관련 논란에 휩싸였다.

22일 방송된 SBS funE '왈가닥뷰티'에서는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전 대통령 故 노무현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 담긴 자막이 전파를 타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제작진은 사과문을 게재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벌써 SBS에서만 13차례에 달하는 일베 관련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 '고 노무 핑계'

해당 논란은 '왈가닥뷰티'에서 출연자들이 단체 대화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다. 모델 정혁이 가수 홍진영, 코미디언 김민경과 함께 있던 단체 대화방을 나갔다는 일화가 언급됐다. 그러자 정혁은 "앱을 다시 설치했기 때문에 나가게 됐다"고 반박했고 이를 들은 홍진영이 "앱을 다시 설치하느라 단체 대화방을 나간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나"라고 응수하자 정혁은 "모든 채팅방을 나갔었다"고 재차 반박했다. 이때 제작진은 자막으로 '들어나 봅시다. 고 노무 핑계'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고 노무 핑계'라는 표현은 널리 회자되는 표현이 아닌데다가 일베에서 故 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화할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고노무'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관련 이슈가 점차 확산됐고 '왈가닥뷰티'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의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는 글이 빗발쳤다. 사태가 커지자 다음날인 23일 제작진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제작진 측은 "어제 방송된 외주제작프로그램 '왈가닥뷰티'에서 일베 용어를 자막으로 방송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방송 전 사전 시사를 통해 걸러내지 못한 책임을 깊이 통감하며 고 노무현 대통령과 유가족, 시청자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해당 회차 재방송과 영상 클립은 모두 서비스를 중지했고 이렇게 제작된 경위를 파악하여 조치할 예정이다'라며 "앞으로 내부 심의를 더욱 강화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 일베 관련 논란만 13번째

하지만 제작진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SBS에서 계속 일베와 관련된 논란이 불거졌고 그때마다 제작진은 사과를 전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실질적으로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재차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

2013년 SBS '8 뉴스'에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코알라에 합성한 사진을 사용했고 2016년 '런닝맨'에는 일베 용어 중 하나인 '개운지'가 자막으로 사용했다. 또한 일베 로고와 고려대 로고가 합성된 이미지가 등장했고 '한밤의 TV연예'에서는 영화 '암살' 소개 장면에서 故 노무현 대통령을 합성한 사진을 사용했다. 2017년 SBS플러스 '캐리돌 뉴스'에서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사용했다. 이 외에도 '세상에 이런 일이' '매직아이' '스포츠뉴스' 등에서 일베에서 변형된 연세대학교 로고를 사용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SBS와 산하에 있는 케이블 채널 SBS플러스, SBS funE 등의 채널에서 일베와 관련된 논란이 불거진 것만 무려 13차례다. 단순히 제작 단계에서 벌어진 실수라고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 구체적인 대처?조치 필요

'왈가닥뷰티' 측의 사과문을 본 시청자들은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SBS는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조사를 한다고 했지만 재차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 같은 일이 계속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 법도 한데 별생각 없이 사과만을 반복하는 것 같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게다가 해당 논란이 불거지기 이틀 전인 20일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놀토')에서는 왜색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후 제작진의 빠른 대처와 구체적인 조치로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낸 것과 더욱 비교가 됐다.

논란이 불거진 '놀토' 에서는 배우 김강훈이 '도깨비'에서 김신(공유)이 입고 나온 장군 옷을 패러디한 의상을 입고 출연했다. 해당 의상에는 한가운데에 '대일대만대길(大一大万大吉)'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는데 이 문구는 일본의 무장 정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최측근인 이시다 미츠나리 가문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이어졌다.

그러자 '놀토' 제작진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하며 "해당 의상은 제작진이 평소 거래하는 의상 대여 업체에서 구한 것이며 출연자는 물론 제작진, 대여 업체도 알지 못했다. 현장에서도 의구심을 갖지 못한 채 녹화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놀토' 측은 "현재 재방송 및 다시보기 서비스 중지, 블러 작업 시작, 대여 업체에 정보 전달, 출연자 김강훈 측에 사과 등의 조치를 취했다. 추후 더 신중한 제작을 통해 건강한 웃음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왈가닥뷰티' 측의 사과문에는 구체적인 방지 대책이나 조치가 명시돼 있지 않았지만 '놀토' 측에서는 논란 이후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자세하게 적혀있다. 추후 대처에 대해서도 어떻게 할지 정확하게 밝혀져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대부분의 방송이 외주 제작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해당 논란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수순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물론 검수 과정을 느슨하게 한 제작진의 책임은 있지만 외주 제작사에만 의존하는 방송국의 구조적인 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이런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SBS에서만 13차례의 일베 관련 논란이 불거진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 중 하나인 SBS에서 예능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뉴스에서까지 일베와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는 건 대중들의 신뢰를 잃는 행보일 수밖에 없다.

사진=SBS funE 방송 화면, SBS 플러스 방송 화면, tvN 방송 화면, SBS '왈가닥 뷰티' 홈페이지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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