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유아인이 영화 ‘#살아있다’(24일 개봉)로 생존신고를 마쳤다. 극 중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 영문 모를 현실 속 절박한 준우 역을 현실감 있는 연기로 표현했다. 좀비들이 넘쳐나는 고립된 아파트 속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평범한 캐릭터를 다양한 감정 연기로 표현하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더했다. 총제작비 90억 원의 중형 영화에서 유아인은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화의 매 장면에 등장하며 열연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좀비 장르물에 도전한 유아인은 “장르적인 특성이 살아있으면서도 인물에게 깊숙이 들어간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 코로나19가 창궐한 현재 영화를 공개하게 됐다.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현 시국과 맞물리는 내용인데.

“시의성이라는 게 영화의 성질에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를 어느 때보다 크게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모든 작품이 어느 시대, 어느 정권에 공개되느냐의 영향을 받지만 ‘#살아있다’는 전략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기에 소개되면서 생겨나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결국에는 생존을 이야기하는 영화이기도 하고. 현 시국과 어울리는 영화라는 걸 좋은 일이라고 떠들 수 없는 노릇이다. 참 희한하다.”

-극 중 연기한 준우는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나.

“오랜만에 좀 평범한 친구를 만나게 됐다. ‘버닝’의 준수도 평범하긴 하지만 청춘의 표상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 시대 젊은이의 함축적인 언어가 종수라고 생각했다. 그에 반해 준우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옆집 청년같은 평범함을 가진 친구가 준우라고 생각했다. 원래 이런 캐릭터를 자주 연기했는데 단 몇 작품만으로 이미지가 바뀐 것 같다. (웃음) 준우는 내가 그동안 연기했던 인물들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얼마나 더 다른 지점에서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평범하지만 영화에서 주어진 역할을 힘 있게 하는 순간순간의 포인트를 잘 살리는 미션을 갖고 임했던 것 같다. 자연스러운 감정과 극단적인 모습까지 진폭 있는 감정을 이질감 없이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게 숙제였다.”

-준우는 부모에게 애교가 많은 아들인데 실제로는 어떤 아들인가.

“준우가 나보다 더 다정다감하고 사랑스러운 아들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좀 더 무뚝뚝하다. 나이가 좀 들다보니 다른 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게 된다. 좀 더 애 쓰는 아들의 모습이 된 것 같다. 용돈도 가끔 드리면서. (웃음)”

-노란 탈색머리로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처음에는 이마를 덮는 긴 가발을 시도했다가 첫 촬영까지 진행하고 머리를 바꿨다. 바로 전작 ‘소리가 없이’에서 삭발을 하고 출연했는데 탈색을 해볼까 싶어서 탈색을 했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금의 헤어스타일이 됐다.”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모든 장면이 연출됐다. 현실적인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함인데.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이 같은 지점에 있다. 새로운 시도라는 게 장점이지만 이게 관객들이 좋아하지 않을 때는 단점으로 작용된다. 고립된 공간, 갇혀있는 공간이 굉장히 답답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잘 그리면 재미있고 신선한 시도라고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중반부부터 등장하는 박신혜(유빈 역)과 호흡은 어땠나.

“굉장히 주도적인 배우였다. 내 선입견을 깨주는 순간도 있었다. 용감하고 몸을 던지고 자기주장을 확실히 펼친다. 사실 초반부터 내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누가 와도 부담스러울 수 있고 연기가 잘 맞을까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박신혜가 등장하자마자 안도했다. 배우가 가진 힘이 남달랐다.”

-개인적인 과도기를 거쳤다고 했는데.

“마치 목표를 상실한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 적이 있다. ‘이제 나는 뭐하면서 살아야 하지?’ ‘어떻게 뭘 더 욕심내야 하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주변에 형, 누나들이 많은데 대화를 하면서 그들이 추구하는 걸 나도 추구하며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도 했다. 그런데 나는 그런 것들에 행복을 느끼지 않는 것 같고. 부자가 되는 것, 집을 사는 것, 차를 사는 것 등 말이다. 배우가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현대적으로 끌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냥 이런 거 해도 돼’라는 편한 기준이 생겼으면 했다. 후배들은 더 자유로운 배우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출연이 엄청난 화제다.

“먼저 출연하고 싶다고 말을 던졌다. ‘#살아있다’ 촬영 중에 ‘이런 캐릭터라면 출연할 수 있겠다’라고 말한 거다. 굳이 꽁꽁 싸매고 숨기고 가야 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대중과 소통하면서 함께 만들어갈 만한 배역이다. 영화 성격상 ‘나 혼자 산다’가 좋은 연결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내가 먼저 제안했다.”

-‘밀회’에서 호흡을 맞춘 김희애가 출연한 ‘부부의 세계’를 봤다고.

“첫 회부터 끝까지 본방 사수를 했다. 내가 어지간히 한가했나 보다. (웃음) 원작은 보기 전에는 모르고 있었다. 유튜브 등을 찾아봤는데 그냥 김희애 선배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물론 본방사수를 했다고 (김희애에게) 따로 연락은 못 했다. 기사로 좀 전해주셨으면 한다.”

사진=UAA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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