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고득점자' 합격통지서 빼돌리고 신분증 위조해 '사기 입학'
인생 뒤바뀐 사례 수두룩…"오래전부터 이러한 사기 행각 만연"
중국 대입 논술시험을 치르기 위해 모인 인파 /연합뉴스

[한스경제=마재완 기자] 부패한 중국 입시제도가 수면위로 떠올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중국 산둥(山東)성 출신인 거우징 씨는 지난 1997년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를 치렀을 때 예상보다 과도하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 모의고사를 볼 때마다 최상위권 점수를 받았고 가오카오도 별 탈 없이 치렀기에 당연히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점수는 매우 낮았다. 이듬 해 거우징 씨는 가오카오를 다시 치렀지만 이번에도 점수는 매우 낮았고, 결국 기술전문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2003년 거우징 씨는 다시 한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 추 씨가 편지를 보내 자신의 딸의 대학 입학을 위해 거우징 씨의 점수를 빼돌렸다고 고백한 것이다. 추 씨의 딸은 베이징에 있는 명문 대학에 입학했다. 거우징 씨는 "대입시험과 관련해 이러한 불가사의한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며 "누가 이번 사건에 관련됐는지,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고득점자의 대학 합격통지서를 빼돌린 후 고득점자의 신분증 번호로 가짜 신분증과 수험표 등을 만들어 대학 당국에 제출, 명문 대학에 입학한 수백 건의 '사기 입학' 사례 중 한 건에 불과하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산둥(山東)성 당국은 지난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성내에서 대학 학위를 받은 사람 중 이러한 사기 입학자가 242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산둥성 1개 성의 사기 입학자만 242명에 달해 중국 전역 사기 입학자를 모두 밝혀낼 경우 그 규모는 수천 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산둥성 당국은 당 위원회, 경찰, 교육청, 감찰 기관 등으로 이뤄진 특별 조사단을 꾸려 진상 조사에 나섰다.

이러한 사기 입학으로 인생이 뒤바뀐 피해자들은 자신의 인생을 망친 사기꾼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가오카오 시험장 밖에서 자녀를 기다리는 학무보들 /연합뉴스

천춘슈(36) 씨는 지난해 온라인에서 우연히 산둥이공대학 졸업생 명부를 보다가 자신의 이름과 신분증 번호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조사 결과 2004년 가오카오 때 천솽솽이라는 여성이 그의 점수를 훔쳐서 산둥이공대학에 입학한 사실이 드러났다. 천솽솽은 이모가 소개해 준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이러한 사기 행각을 벌였다. 산둥이공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이 돼 편안한 삶을 살던 천솽솽은 사기 행각이 드러나 해고 당했으며 대학 학위도 박탈 당했다.

2004년 가오카오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천춘슈는 대학 진학을 아예 포기했다. 천솽솽의 사기로 자신의 대학 진학이 좌절된 것을 알게 된 그는 산둥이공대학에 재입학을 신청, 대학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천춘슈는 관영 중국중앙(CC)TV에 "아버지는 내 학업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다 하셨다"며 "옷도 사지 않고,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내가 좋은 대학에 가기만 바랐다"고 말했다.

중국의 교육 전문가 리타오는 "이번에 드러난 사기 사건은 중국 입학 시스템에 만연한 부패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이러한 문제는 오랜 기간 존재해 왔으며, 자신도 모르게 사기 행각의 피해자가 된 희생자들은 도움을 청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가오카오는 다음 달 7∼8일 치러지며, 중국 전역에서 1070만명이 응시했다.

마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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