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조 부동자금, 어디로 향할까?
1100조 부동자금, 어디로 향할까?
  • 황보준엽 기자, 김동호 기자
  • 승인 2020.06.29 16:27
  • 수정 2020-06-29 16:29
  • 댓글 0

저금리, 경기둔화에 시중 부동자금 급증...부동산, 주식 시장 등 유입 기대
1100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의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1100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의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황보준엽 기자] "투자할 곳이 없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둔화와 지속되는 초저금리로 인해 시중 부동자금이 갈 곳을 잃었다. 이에 투자처를 찾아 대기중인 부동자금은 무려 1100조원에 달한다. 계속 몸집이 불어나고 있는 시중 부동자금이 어디로 향할지에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이자 '불패신화'를 자랑하는 부동산 시장은 부동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다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는 평가다.

상반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과 함께 급락했으나 'V(브이)'자형 반등을 보여준 주식시장도 유력 후보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상반기 내내 무서운 주식 매수세를 보여줬다.

29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국내 부동자금의 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 1106조33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국내 부동자금은 작년 11월 1000조원을 넘어선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와 경기침체,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펀드 사태 등 최근 연이어 터진 금융상품 관련 사고로 인해 투자처를 잃은 시중 부동자금의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월 국내 부동자금의 한 달 증가폭은 40조원을 넘었는데, 이는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초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시중 부동자금이 한번에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 부동산 시장, 규제 '과포화' 상태...중저가아파트 등 선택적 자금유입 기대

이제 관심사는 급격히 불어난 시중 부동자금들이 어디로 향하느냐다. 낮은 금리가 지속될 때 시중 자금이 안전 자산인 은행 예금에서 부동산, 주식, 채권 시장 등 고위험 고수익 자산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발생한다는 게 일반적인 통설인 만큼 자금의 이동은 예정된 수순이나 마찬가지다.

시장 일각에선 주식 등 고위험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인 부동산으로의 자금 이동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시중 부동자금을 한번에 대거 빨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과포화'로 불릴 정도로 현재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시장이 들썩일 만큼의 투자수요가 들어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친 투자가 활성화되기 보다는 비규제 지역이나 대출 규제가 그나마 덜한 중저가 아파트로 자금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15억원이 넘는 투기과열지구 내 초고가 주택은 대출이 아예 금지된 상태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부동산의 경우 안전자산으로 인식받기 때문에 투자수요는 꾸준한 편"이라면서도 "다만 아무래도 초고가 주택은 대출규제가 강하다 보니 부동자금이 들어와도 거래량이 크게 늘기는 어렵고 대신 규제를 비켜간 비규제 지역이나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투자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은 큰 편"이라며 "다만 전체적인 물건에 대한 투자 보다는 중저가 등 선별적인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일반 수요는 정체된 상태라 거래량이 크게 늘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형 주택·오피스텔 등의 수익형 부동산으로도 투자수요가 몰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위축이 온 만큼 상가 혹은 오피스 위주의 투자 수요는 적을 전망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규제로 주택 수요를 억누르고 있으니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 영향으로 상가시장은 위축된 상황으로 오피스나 상가와 같은 수익형 부동산으로는 투자가 발생하긴 어려운 시점"이라며 "그렇지만 주택에 대한 규제가 여전한 만큼 대체상품인 오피스텔 등 주거형 수익형 부동산으로 부동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주식 투자자 예탁금 등을 포함한 증시 주변자금이 지난 4월 141조원을 기록,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NH투자증권 제공
주식 투자자 예탁금 등을 포함한 증시 주변자금이 지난 4월 141조원을 기록,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NH투자증권 제공

◆ 주식시장, 주변자금 사상최대...동학개미 '사자'에 IPO 유망주 줄줄이 '대기'

코로나19 확산이라는 글로벌 악재에도 불구하고 V자형 반등을 보여준 주식시장도 투자처를 잃은 시중자금을 흡수할 유력한 후보다. 실제로 이달 들어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2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작년 대비 2배 가량 급증한 수치다.

특히 증시 하락의 주범으로 지탄받던 공매도가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금지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막대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모습이다. 공매도는 그간 외국인 투자자의 전유물로 여겨짐과 동시에 주식가격 하락의 주범으로 비난받아왔다.

이 같은 개인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주식 매수세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올 상반기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매도 공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V자형 반등을 보여준 것은 모두 동학개미의 힘이란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거래대금 급증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매수대기 자금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현재 주식투자를 위해 대기중인 투자자예탁금은 50조원에 달한다.

투자자예탁금은 증권사와 같은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가 투자자로부터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투자상품의 매매나 그 밖에 거래를 위해 예탁받은 금전(자금)으로, 언제든지 주식 매매 등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예탁금 등을 포함한 증시 주변자금은 지난 4월 기준 141조원을 기록,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증시 주변자금은 예탁금과 환매조건부채권(RP), 파생상품 거래 예수금, 위탁매매 미수금, 신용융자 및 대주를 포함한 개념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완화적 통화정책(저금리)에 따른 유동성이 주식시장 내 개인 거래비중을 높였다"며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합산 시가총액 대비 증시 주변자금은 3월 기준 9.4%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주 있었던 SK바이오팜의 기업공개(IPO) 개인투자자 청약에 31조원이라는 청약증거금이 몰린 것만 봐도 시중 부동자금의 증시 유입 가능성은 큰 상태란 판단이다. SK바이오팜에 이어 올 하반기에도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IPO 대어들의 증시 진출이 예정돼 있어 시중 자금의 유입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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