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홍상삼.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팀에 도움이 되는 ‘산삼’으로 부활했다. KIA 타이거즈 불펜의 ‘마당쇠’ 홍상삼(30)은 이제 자신이 아닌 상대 타자와 싸우고 있다.

충암고를 졸업하고 2008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홍상삼은 팀을 대표하는 오른손 강속구 유망주로 눈길을 끌었다. 구위 하나만큼은 일찌감치 인정 받으며 1군 선수로 자리 잡았다. 2012시즌에는 53경기에 등판해 5승 2패, 2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하는 등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제구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고, 조금씩 등판 기회가 줄었다. 지난해 부담과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결국,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두산에서 방출됐다. 포기하지 않은 홍상삼은 KIA에 입단해 재기를 준비했다. 지난 2월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당시 본지와 인터뷰에서 “안 좋을 때 스스로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은 저의 공을 던지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이제는 더 뒤로 갈 곳도 없다. 폭투를 던지든 볼을 던지든, 공 한 개를 던지더라도 제가 가장 자신 있는 폼으로 후회 없이 던지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넉 달이 지난 현재 홍상삼은 시즌 전 각오대로 마운드 위에서 후회 없이 자신의 공을 던지고 있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그는 2일 처음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퓨처스리그에서 주로 선발로 등판했지만, 1군에선 상황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10경기에 등판해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2.89(9.1이닝 3실점)를 기록 중이다. 최근 5경기 연속 무실점을 마크했다.

홍상삼은 KIA 불펜의 ‘활력소’ 노릇을 하고 있다. 팀의 필승조인 전상현(24), 박준표(28)이 잦은 등판으로 지친 상황에서 홍상삼이 부담을 덜어줬다. 맷 윌리엄스(55) KIA 감독은 “홍상삼이 다양한 임무를 잘 소화해주고 있다. 필승조뿐만 아니라 선발과 필승조를 연결해주는 고리 구실도 훌륭히 해냈다. 변화구가 좋아졌고, 직구의 제구도 매우 좋다”고 칭찬했다.

28일 경기 전 만난 홍상삼은 최근 활약의 비결로 자신감을 꼽았다. 그는 이날 자신감이라는 말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면서 "맷 윌리엄스 감독님과 서재응 코치님이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주시고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신다. 서 코치님이 '괜찮다. 자신 있게 하라'고 해주시는 것이 크다. 이전에는 '자신감을 가져라'는 말을 들어도 몸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제가 워낙 멘털이 바닥인 상태여서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운드 위에서 자신 있게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상삼은 KIA로 이적한 뒤 표정이 밝아졌다. 새 둥지에서 새 출발이 그에게 전환점이 됐다. 지난해까지 마운드 위에서 자신과 싸우며 ‘멘털’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던 홍상삼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야구를 '멘털 게임'이라고 하지 않나. 그 정도로 자신감이 저에게는 중요했다. 예전에는 트라우마가 있었고, 타자와 맞붙는 게 두려웠는데 이제는 싸울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동기들도 홍상삼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빠른 1990년생인 홍상삼은 김선빈, 유민상, 고영창, 백용환(이상 31) 등 1989년생들과 동기다. 그는 “(김)선빈이나 (유)민상이 등 동기들이 장난도 많이 쳐 준다. 경기에 나가도 뒤에서 해주는 말들이 힘이 된다"고 했다.

홍상삼의 약점은 익히 알려진 대로 제구다. 8.1이닝 동안 네 차례 폭투, 8볼넷을 허용했다. 하지만 삼진도 17개나 잡았다. 그는 더 이상 제구 보완에 집착하지 않은 생각이다. 과거에도 제구를 보완하기 위해 투구폼을 뜯어고쳤다가 본인의 장점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다. 시즌 전에도 “단점을 고치기보단 장점을 극대화하겠다”고 했던 홍상삼은 "삼진을 더 늘리고 싶다. 볼넷은 내줘도 한 베이스를 주는 것이지만 안타는 장타로 연결될 수 있다. 삼진을 잡을 수 있다면 실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확률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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