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는 애경·현산·반도…답 없는 항공업계 M&A
망설이는 애경·현산·반도…답 없는 항공업계 M&A
  • 김호연 기자
  • 승인 2020.06.29 16:09
  • 수정 2020-06-29 16:20
  • 댓글 0

'승자의 저주' 빠져 자칫 모기업도 위험에 빠질수 있는 노심초사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나란히 서 있는 대한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나란히 서 있는 대한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항공업계가 어려움에 빠지면서, 이들을 인수하려 했던 기업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앞두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나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제주항공이나 시장상황을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읽힌다. 자칫 이들 항공사를 덜컥 인수했다가 '승자의 저주'에 빠져 모기업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서다. 선뜻 인수대금을 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계약금만 날리고 M&A를 무산시켜야 한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29일 재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모기업 애경그룹은 딜 클로징(거래 종료 시한)이 임박했음에도 사실상 디폴트(Default, 채무불이행)에 빠질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이스타항공 인수를 망설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한일관계 악화로 인한 항공노선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영차질로 발생한 체불임금 약 250억원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2일 인수계약 체결 당시 채권·채무도 포함된 조건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제주항공 측에서 체불 임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진과 대주주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상반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의원이 가족이 소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전부를 회사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창업자의 초심과 애정으로 이스타항공이 조속히 정상화되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역시 제주항공의 진정성 있는 답변을 구하고 나섰다.

최 대표는 “제주항공과의 M&A 진행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정부 지원을 받을 자격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이스타항공에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한다면 제주항공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제주항공은 줄곧 “구체적인 내용은 계약 당사자 간의 기밀 사항이라 알 수 없다”며 “다만 인수 의지에 변화가 없다”고 일관된 답변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모기업인 애경그룹 내부에선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제주항공의 인수 가능성은 점점 옅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제주항공이 지난 26일 전환사채(CB) 발행예정일을 당사자들이 합의해 정하는 날로 변경될 수 있다고 공시하면서 협상 종료 시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아시아나 인수, HDC현산-산업은행 비밀 회동에도 현실은 ‘부정적’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도 거래 종료 시한을 넘기면서 하반기에 경과를 지켜보게 됐다. 최장 연장시한은 오는 12월 27일까지다.

지난 25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전격 회동에 나서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협상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지만 아직 오리무중이다.

양측이 실무협상에 나서더라도 조정 가능한 부분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가 확정된다 하더라도 쟁점은 인수가격 조정인데, 법적·실무적으로 규모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주변 여건 악화로 양보의 여지가 줄어서다.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부채 규모가 지난해 말 9531억원에서 올해 1분기 9773억원으로 늘었다. 매각 금액을 낮추며 현산을 배려해줄 이유가 없다.

현산 역시 코로나19로 등으로 인해 거액을 들여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하기엔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 1주당 4700원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29일 3800원까지 떨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에선 3분기 항공업계 상황이 소폭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양측의 입장 조정이 쉽지 않은 데다 3분기 반등폭도 불투명해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건설, 한진칼 노리지만 여론은?

반도건설은 앞서 애경·제주항공, 현산과 상황이 다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와 함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대한항공의 모회사 한진칼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힘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재 반도건설은 현재 5월 말 기준 한진칼의 지분 16.9%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3자 연합이 차지한 지분 42.75%에서도 지분이 상당하다. 아울러 반도건설의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언제든 대량의 지분 매수가 가능하다는 강점도 있다.

하지만 여론이 코로나19로 인해 한진칼의 편을 들고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지분 확보에 나선다 해도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내 최대 국적항공사의 모기업을 흔드는 것은 옳지 않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항공산업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뜻 지분 확보에 나섰다가 시너지는 커녕 반도건설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정부에서도 반도건설이나 KCGI에 일종의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찬성하면서 힘을 실어준 것이 일례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적 위기에서 분란보다 단결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가 지금처럼 장기화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반도건설을 비롯한 3자 연합의 도전도 당분간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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