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조금만 걸어도 이마에 땀이 맺히는 계절이 되자 빙과업계의 발빠른 움직임이 눈에 띈다. 소비자의 눈과 입을 사로잡을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며 본격적인 ‘얼음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다채로운 색과 맛으로 중무장한 그 모습을 보기만 해도 주변의 온도가 내려가는 기분이다. 

쏟아지는 신제품에 반갑기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 친구와 산책 중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슈퍼마켓에 들렀는데, '진짜 가격은 얼마일까'라는 친구의 의구심 품은 말 한 마디에 얼어 붙고 말았다. 건너편 아이스크림 할인점과 집 앞 편의점에서 같은 아이스크림을 팔아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붙이는 게 가격인가 싶었단다.

이 소리를 들으니 손에 쥔 아이스크림이 유독 차갑게 느껴졌다. ‘진짜 가격’이 얼마인지 도통 감이 안 잡혔기 때문이다.

그 순간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명대사가 생각났다.

“아이스크림, 너 얼마면 되니?”

2010년 이명박 정부는 아이스크림, 과자, 라면 등에 권장 소비자 가격 표시를 금지하고 ‘오픈 프라이스 정책’을 도입했다. 권장 소비자 가격 표시를 금지하면 경쟁 원리를 통해 소비자들이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다. 소매 판매자가 판매가를 높인 뒤 ‘반값 할인'이라며 할인율을 속여 팔고 판매처별로 가격이 달라 소비자들은 같은 제품도 장소에 따라 값을 다르게 구매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유통업자에게 가격 결정권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1년 만에 오픈 프라이스는 폐지됐다.

줄었다 늘었다 하는 '고무줄 가격'에 혼란스러워 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업계의 노력도 있었지만 자리 잡지 못했다. 신뢰 회복을 위해 빙과업계는 2016년 권장소비자 가격을 표기하는 방식으로 가격 정찰제를 도입했지만 슈퍼마켓 업계의 반발로 자리 잡지 못했다. 또 2018년 역시 가격으로 인한 혼동을 잠재우기 위해 가격 정찰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 번 녹은 아이스크림을 되돌리기 힘든 것처럼 그 사이 빙과업계는 실적부진에 시달렸다. 시장조사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2조184억원을 기록했던 국내 빙과시장 규모는 2018년 1조6322억원으로 23% 쪼그라들었다.

업계는 그 원인으로 아이스음료의 선전, 저출산으로 주요 소비층인 어린아이들이 줄어 든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꼬여버린 유통구조에 업체 간 경쟁, 대체 음료 시장의 성장 등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스크림의 위상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아이스크림이 가장 맛있는 순간을 꼽으라면 더운 날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바로 사 먹을 때가 아닐까.

더운 여름, 차가운 냉장고에 손을 넣고 맘에 드는 아이스크림을 골라 계산을 하고 봉지를 벗겨 입에 바로 넣는 그 순간. 이 시원함이 이어지기 위해선 진짜 가격에 대한 의구심과 제 돈을 주고 먹으면 어딘가 아쉽다는 찝찝함이 무엇보다 먼저 사라져야 할테다. 소비자를 위한 관련업계의 움직임이 필요한 이유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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