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팬심에 복귀 포기한 강정호, '천재 유격수'의 쓸쓸한 퇴장
성난 팬심에 복귀 포기한 강정호, '천재 유격수'의 쓸쓸한 퇴장
  • 이정인 기자
  • 승인 2020.06.29 23:55
  • 수정 2020-06-29 22:04
  • 댓글 0

강정호. /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이정인 기자] 전직 메이저리거 강정호(33)가 성난 팬심을 돌리지 못하고 결국 KBO 리그 복귀를 포기했다.

강정호는 29일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계정에 “기자회견 후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며 "긴 고민 끝에 히어로즈 구단에 연락해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팬 여러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팬들 앞에 다시 서기엔 제가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도, 히어로즈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모두 저의 큰 욕심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제 욕심이 야구팬 여러분과 KBO 리그, 히어로즈 구단 그리고 야구선수 동료들에게 짐이 되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면서 “복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받은 모든 관계자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강정호는 “오랫동안 팀을 떠나 있었지만 히어로즈는 항상 저에게 집 같은 곳이었다. 다시 히어로즈에서 동료들과 함께 야구하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제 생각이 히어로즈 구단과 선수들을 곤경에 빠뜨리게 하였음을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며 “히어로즈 팬들과 구단 관계자분들 그리고 선수 여러분께 너무나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전한다”고 사과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해 프로에 데뷔한 강정호는 KBO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9년간 902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8 139홈런 545타점을 기록했다. 2014년 타율 0.356, 40홈런, 117타점, 103득점으로 커리어하이를 찍은 뒤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미국 무대에서도 꽃길을 걸었다. 데뷔 첫해 타율 0.287에 15홈런, 58타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주전 3루수로 도약한 이듬해엔 타율 0.255에 21홈런, 62타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간판급 타자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미국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뛰던 2016년 12월 국내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2009년, 2011년 2차례 음주운전 전력이 추가로 드러나 당시 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렸지만, 비자 문제 등으로 인한 공백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출 당했다. 

빅리그 재입성에 실패한 강정호는 KBO 리그로 눈을 돌렸다. 지난 5월 개인 자격으로 임의탈퇴 해지 신청서를 KBO 측에 제출하며 복귀 의사를 알렸다. 임의탈퇴 신청서를 접수한 KBO는 5월 25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사실상 KBO 리그로 돌아올 길을 열어줬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강정호가 복귀하면 안 된다는 여론이 강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강정호는 지난 23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지 4년여 만에 공식으로 사과했다. 연봉 기부, 유소년 재능 기부 등을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기자회견은 들끓는 분노에 오히려 기름을 부었다. 너무도 늦은 사과에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복귀를 위한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지적과 KBO 리그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진정한 반성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강정호의 보류권을 가진 키움 히어로즈에 ‘상식적인’ 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졌다. 키움 구단 내부에서도 강정호의 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주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강정호는 욕심을 접고 자연인으로 남기로 했다. 김치현(43) 키움 단장은 29일 본지와 통화에서 “기자회견 직후인 25일 밤에 강정호 선수에게 전화가 왔다. 구단과 선수들에게 부담을 줘서 죄송하다고 하면서 시간을 달라고 했다. 대충 느낌이 왔다. 구단도 나름대로 상황 파악과 회의를 이어가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28일 다시 전화가 왔다. 가족들과 에이전트와 의논을 한 뒤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최종 결정을 내린 뒤 글을 올리기 10분 전 복귀 의사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강정호는 이날 “아직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어떤 길을 걷게 되던 주변을 돌아보고 가족을 챙기며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다”며 “또한 봉사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최후 보루였던 KBO 리그 복귀 길이 막히면서 강정호의 선수 복귀는 사실상 쉽지 않아졌다. 한때 ‘천재 유격수’로 꼽혔으나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돈, 명예, 일자리를 모두 잃고 쓸쓸하게 KBO 리그 무대를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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