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호연 기자] 미국 상무부가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홍콩 특별대우 박탈로 일부 수출 전선의 변화가 불가피하고, 홍콩보안법 통과로 인한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 한국에 불똥이 튈 수 있어서다.
산업계는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미중간 갈등의 도화선이 될까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3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홍콩으로 수출하는 한국 제품 중 114%가 제 3국으로 수출된다. 이 중 98% 이상이 중국으로 향하고, 미국으로 수출되는 비중은 1.9%에 불과하다.
이번 미국 상무부 조처가 한국에 미칠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홍콩이 국제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한국 기업 입장에서 홍콩을 경유국으로 활용하는 이점이 사라지면 중국으로의 직수출도 고려해야 한다.
홍콩은 세계 3위 금융허브로 자금 조달이 용이하고, 무관세 혜택 및 낮은 법인세, 중국과 직접 거래에 따른 법적·제도적 리스크 완화 등의 장점이 있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한국의 홍콩 수출액은 319억달러로 중국과 미국, 베트남에 이어 4번째로 많았다.
이 중 반도체가 69.8%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반도체 업계는 일단 중국으로의 직수출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다.
중국의 인프라 여건이 많이 개선됐고, 반도체는 전세계적인 무관세 품목이라 이미 홍콩 우회를 통해 얻는 이점이 적어서다. 따라서 자금 조달의 용이성 등 다른 이점들도 사라지면 중국 직수출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물류 등 일부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중견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계도 마찬가지로 홍콩 특별지위 박탈로 인한 영향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계약이 장기계약인데다 홍콩으로의 수출 물량이 거의 없어 즉각 대응이 불필요하다. 다만 다른 산업계와 마찬가지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정유사 전체 석유제품 수출 물량 가운데 중국은 20%, 홍콩은 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위험요소는 양국간 갈등이 무역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한국 기업의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
미중의 패권다툼은 미국의 화웨이 등 중국 기업 때리기에 이어 환율전쟁,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등으로 점입가경 상태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산업계는 이번 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수출 국가 1위이며, 미국이 그 다음이다.
김호연 기자 hoyeon5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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