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셀러 판매고 기록한 세븐틴의 '헹가레'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그룹 세븐틴이 신보 '헹가레'로 100만장 판매고를 돌파하며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 이후 올해 벌써 두 번째 밀리언셀러 앨범이다. 보이 그룹들에 비해 비교적 판매량이 저조했던 여성 그룹들까지 수십 만 장의 앨범 판매량을 내는 경우가 늘면서 이를 바라보는 가요계 관계자들의 시선도 밝다. 시장이 음원 위주로 돌아가면서 한 동안 등한시됐던 앨범이 다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 '한류 열풍' 한층 커진 해외 시장

높게 치솟은 음반 판매량의 기저에는 해외 시장이 있다. 2010년대 중반부에 들어서며 K팝 스타들은 활동 영역을 기존의 동아시아 중심에서 세계 전역으로 발빠르게 확산했다. SNS의 발달과 개인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 등의 발달로 K팝 콘텐츠는 세계 어느 곳에 있는 리스너에게까지 닿을 수 있게 됐다. 이 결과 싸이, 방탄소년단, 슈퍼엠, 블랙핑크 등 많은 스타들이 빌보드의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 핫 100 등에 진입하며 세계 시장에서 K팝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해외 팬들 가운데서는 자국에서 좋아하는 K팝 스타의 앨범을 쉽게 구할 수 없거나, 있더라도 스타의 기록을 위해 한국 사이트에서 주문량을 올려 주는 이들이 있다. '큰 손'이라고 불리는 일부 팬들은 한 번에 앨범을 수 천 만원에서 억 단위까지 주문하기도 한다. 이들은 이렇게 앨범을 구입한 뒤 영수증을 찍어 SNS로 공유하며 다른 이들의 판매를 독려하기도 한다. 이 같은 해외 팬들의 활발한 움직임은 앨범 판매량을 끌어올린 큰 요인이다.

엑소의 정규 1집(왼쪽)과 1집 리패키지

■ 다양해진 패키지, 굿즈가 된 앨범

앨범 판매량을 높이려는 기획사들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013년 엑소는 정규 1집으로 밀리언셀러 판매고를 올렸다. 2001년 발표된 김건모의 7집, god의 4집 이후 국내 가요계에서 첫 밀리언셀러가 탄생한 것이다.

이 때 이 앨범이 실제 밀리언셀러가 맞느냐는 갑론을박이 있었다. 기존과 달라진 앨범 발매 행태 때문이었다. 2013년 12월 당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엑소의 1집은 47만1570장, 1집의 리패키지는 53만6007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를 합산한 수치가 100만7577장이다. 언뜻 단일 앨범이 아닌 두 앨범의 기록을 합친 것으로 보인다.

엑소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도입한 '리패키지'는 가요계에서 앨범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리패키지 앨범이란 보통 이미 발매한 앨범에 신곡 몇 곡을 추가, 앨범의 내지나 커버, 구성 등을 바꿔 재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엑소의 성공은 같은 노래가 담긴 CD가 들어 있더라도 앨범의 패키지를 바꾸면 팬들은 구입 의사를 보인다는 것을 보여줬다. 음악을 듣기 위해 앨범을 사는 것이 아닌 앨범 자체가 굿즈가 된 세상이 온 것이다.

이후 많은 스타들이 앨범을 가지고 다채로운 실험을 했다. 지드래곤의 경우 USB 형태의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고, 앨범의 표지를 두 가지 이상의 버전으로 출시해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스타들도 있다. 단순한 정사각형 모양이 아닌 책 형태의 앨범이 나오기 시작했고, 다이어리나 달력을 결합해 실용성을 높이거나 화보집을 함께 구성해 1+1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히 포토 카드는 팬들의 앨범 재구입을 촉진하는 큰 요인이다. 앨범마다 적게는 한 장, 많게는 서너 장의 포토 카드를 랜덤으로 넣는 방식이다. 멤버들의 다양한 면면이 담긴 포토 카드는 그 자체로도 팬들 사이에서 따로 거래될 만큼 인기가 높다. 이 포토 카드를 종류별로 다 모으기 위해 팬들은 이미 구입한 앨범을 다시 사게 된다. 이런 문화를 팬들 사이에서는 '드래곤볼'(만화 '드래곤볼'에서 여의주를 모으는 것처럼 포토 카드를 종류별로 다 모은다는 의미)이라 부른다.

앨범을 팬사인회 추첨권으로 사용하는 문화도 앨범 소비 증가에 영향을 줬다. 통상 스타들은 팬사인회는 별도로 티켓팅을 하지 않고 앨범을 구입한 사람들 가운데 추첨해 초대한다. 여기에 초대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수십 장씩 앨범을 구입하는 이들이 있다. 구입한 앨범은 그대로 버리거나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연간 앨범 판매량은 2015년 838만 여 장이던 것이 2016년 약 1081만 장을 기록하며 1000만 장 시대를 열었고, 이후 가파르게 성장해 지난 해에는 2459만4928장을 나타냈다. 전년도에 비해 8% 증가한 수치다. 벌써 두 장의 밀리언셀러가 나온 올해는 전년도보다 앨범 판매량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점쳐진다. 굿즈에 대한 큰 소비 욕구를 가진 강력한 팬덤과 앨범의 소장 가치를 높이려는 업계의 노력이 만나 앨범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플레디스 제공, 엑소 정규 1집 커버, 가온차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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