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평균자책점 1위 구창모(왼쪽)와 2위 요키시가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한때 '방어율'이라고 불렸던 '평균자책점'은 'earned run average(ERA)'을 우리 말로 번역한 단어다. 영어 표현을 그대로 빌려 쓰면 투수가 책임지는 점수의 평균이라는 뜻으로 투수가 허용한 자책점을 투구 이닝 수로 나눈 뒤 9를 곱한 숫자가 바로 평균자책점이다. 9이닝을 기준으로 투수가 평균적으로 몇 점을 허용했는지는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평균자책점이다. 예를 들어 평균자책점이 3점대 투수라면 9이닝을 던졌을 때 3점 정도를 허용한다는 뜻이다. 선발투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을 때 퀄리티스타트(QS)를 작성했다고 한다. 기준은 6이닝 3자책점이다. 이를 평균자책점으로 환산하면 4.50이다. 3점대 평균자책점도 나쁜 편은 아니다. 

그런데 올 시즌 KBO리그에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무려 1점대인 선수가 두 명이나 있다. NC다이노스의 구창모(23)와 키움 히어로즈의 에릭 요키시(31)가 주인공이다. 구창모는 평균자책점 1.37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고 요키시는 1.42로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3위 NC 다이노스의 드류 루친스키(32)의 평균자책점 2.38과 비교해 구창모와 요키시는 대략 1점 정도를 덜 실점하는 셈이다. KBO리그에서 평균자책점 1점대 투수가 나온 건 2010년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류현진(33)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류현진은 25경기에 나서 16승4패를 기록하며 1.82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류현진의 기록도 1998년 정명원(현대·평균자책점 1.86) 이후 12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물론 평균자책점 만으로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건 현대 야구에서 무리가 있다. 투수의 목표가 점수를 주지 않는 것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평균자책점은 몇 가지 한계를 안고 있다. 가령 매 이닝 출루를 허용하지만 점수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평균자책점은 요동치지 않는다. 하지만 어딘가 불안한 감을 지울 수 없다. 이런 헛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대 야구에선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 능력(WHIP·이닝당 출루허용), 주자가 나가더라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위기관리 능력'(득점권 피안타율) 등을 추가해 투수의 능력을 파악한다. 구창모와 요키시는 WHIP에서도 각각 0.76과 0.85로 리그 1·2위를 마크하고 있다. 

구창모와 요키시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시즌 끝까지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장마와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이 가까워 올 수록 투수들의 컨디션 유지는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구창모는 지난달 25일 KT 위즈를 맞아 4이닝 5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올 시즌 최악의 피칭으로 0점대였던 평균자책점도 1점대 중반으로 치솟았다. 반면 요키시의 흐름은 좋다. 6경기 연속 실점을 이어오던 요키시는 지난달 27일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8이닝 1안타 5탈삼진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구창모와 요키시의 1점대 평균자책점은 1년 만에 다시 회귀하고 있는 타고투저의 흐름 속에서도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는 대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동시에 오랜 기다림 끝에 제한적으로 관중 입장이 허용된 KBO리그를 더욱 흥미롭게 하는 관전 포인트다. 류현진에 이어 10년 만에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나올수 있을까. 장마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올 여름이 대기록 탄생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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