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 /이정인 기자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KT 위즈의 ‘괴물 타자’ 강백호는 올 시즌 유독 득점권 기회에서 작아진다. 이날 경기 전까지 득점권 타율이 0.205로 시즌 타율(0.305)보다 0.100이나 떨어졌다.

지난달 30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도 득점권 기회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1회 2사 2루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3회 1사 1, 3루에선 유격수 뜬 공으로 아웃됐다.

7회엔 무사 1루에서 루킹 삼진을 기록했다. 8회엔 1사 2루에서 상대 팀 바뀐 투수 최성훈이 멜 로하스 주니어를 고의4구로 내보낸 뒤 강백호를 상대했는데, 강백호는 투수 앞 땅볼로 무릎을 꿇었다.

KT는 4번타자 강백호의 부진 속에 3-4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강백호도 득점권 약점에 스트레스를 받는 듯했다. 최근 득점권에서 범타로 물러날 때 짜증을 숨기지 못했다.

1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만난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는 건방진 게 아니라 승리욕이 있는 것"이라며 "경기 외적으로 건방진 행동을 한다면 제지할 텐데, 강백호는 그런 선수가 아니다"라고 감쌌다. 이어 이 감독은 "강백호가 기죽지 않길 바란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딛고 일어나야 한다"고 분발을 촉구했다.

강백호는 사령탑의 믿음에 응답했다. 이날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5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11-5 대승을 이끌었다.

1회초 무사 2,3루 찬스에서 유격수 땅볼로 1타점을 보태 2-0을 만들었다. 강백호는 5회 2사 2루에서 차우찬의 슬라이더를 끌어당겨 한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투런 홈런(시즌 11호)를 쏘아 올렸다. 3차례 득점권 찬스에서 모두 타점을 올리며 무거운 짐을 벗어 던졌다.

경기 뒤 만난 강백호는 "요즘 워낙 컨디션이 떨어져 스트레스가 심했다. 상대 투수도 잘 던지는 (차)우찬 형이여서 부담감도 컸다. 타격코치님이 편하게 하라고 강조하고 팀에서 나를 믿고 4번타자로 기용해주셔서 편하게 하고자 했다. 중심에 맞추려고 노력했는데 잘 맞아서 운좋게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득점권 스트레스를 이겨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그는 “득점권 타율이 떨어져 스트레스가 심했다. 티 안내려고 노력하다보니 혼자 앓고 있었다. 그동안 타석에서 소극적이었는데다시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타석에 섰다. 오늘 좋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앞으로도 적극적인 모습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득점권 타율은 강백호가 더 좋은 타자로 진화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다. 그는 “4번타자가 처음이어서 미숙한 것이 많다. 득점권에서 조급하다보니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 기술, 멘털 모두 흔들렸고, 카운트 싸움을 잘 못했다. 앞뒤에 좋은 타자들이 있으니 이어준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구를 하다보면 이보다 더 힘든 일이 많을 것이다.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며 더그아웃을 빠져나갔다.

잠실=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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