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문화 콘텐츠 산업은 여타 분야에 비해 압도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산업으로 선망의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대중문화의 즐거움을 누리는 수요자에서 부가가치의 혜택을 누리는 공급자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에 한국스포츠경제 연예문화부 기자들이 나서 그 동안 전문가들이 미처 다루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경제학 이면을 찾아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코너를 진행합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19로 해외로 가는 길이 막히고 앨범 발매 및 영화 개봉일 등이 연기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이 큰 타격을 입었다. 그 가운데서도 공연계가 받은 타격은 심각하다. 적게는 수 백에서 많게는 수 만 명의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진행되는 특성상 코로나19가 계속해서 확산되는 시점에 개최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형 회사들은 온라인 공연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활로를 찾고 있고, 중·소형사들은 시급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지난 달 코로나19로 인한 음악 산업계의 피해 대책 논의와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 "매출이 90%나 줄었다" 공연계 울상

필드에서 느끼는 타격은 겉보기보다 심각하다. 공연을 주 업무로 하는 회사들은 지난 2월 초 이후 일이 뚝 끊겼다. 언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지 알 수 없어 페스티벌 철로 각광 받는 여름~가을철을 앞두고도 업계의 시름은 언제보다 크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상반기 매출이 지난 해 대비 10% 수준이다. 그나마 상반기엔 (코로나19가 없었던) 1~2월이라도 있었지 하반기는 정말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특히 소극장 공연들이 문제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각 공연장에 보낸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한 공연장 잠시 멈춤 및 감염예방수칙 엄수 협조요청'에 따르면 공연 주최측은 관람객 명단을 작성하고 발열 체크, 해외방문 여부 등을 확인하는 건 물론 관객 간, 또 객석과 무대 간 거리를 2m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3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확진자 발생시 구상금까지 청구된다.

소극장에서 관객 간, 객석과 관객 간 2m 거리를 유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300석 규모의 소극장의 경우 이 지침대로 하면 30명 정도의 관객만 받을 수 있게 된다. 30명 정도의 관객으로 공연을 이끌어가는 건 적자를 계속 쌓는 것과 같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공연장에 지침을 내리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지나친 규제로 칠링 이펙트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안 그래도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규제보다는 지원책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결국 옆자리 비우기, 격줄로 관객 입장 등의 규칙을 준수할 경우 공연 수지가 맞지 않아 많은 콘서트들이 취소됐다. '미스터트롯' 전국투어를 비롯해 성시경의 단독 콘서트 '축가', '월드 DJ 페스티벌' 등 지난 두 달 동안 무려 67건의 공연이 연기 및 취소됐다. 사단법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발생한 손실은 268억 원. 코로나19 여파 전체 기간으로 합산하면 업계의 손해 금액은 무려 876억9000만 원에 달한다. 협회가 발표한 피해 규모는 전체 티켓 가운데 80%가 판매됐다고 가정한 뒤 관람 인원에 티켓 가격을 곱해 나온 값으로 공연장 대관과 무대 장비 업체 등에 지급한 각종 계약금 및 환불 수수료 등의 금액까지 더하면 손해 금액은 더 뛴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많은 이들이 몰리는 곳에 가기 꺼려하는 가운데 각종 규제를 지키는 방향으로라도 공연을 개최하려면 탄탄한 팬덤이 필요하다. 최근 거리두기 좌석제 공연을 강행하는 건 '공연장인'으로 일컬어지는 이승환 정도다. 이제 막 인기를 키워나가는 가수들의 타격이 심각하다.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온라인 전용 콘서트 연 슈퍼엠.

■ 안정적인 메뉴얼-새로운 돌파구 찾아야

업계에서 요구하는 건 확실한 메뉴얼이다. 사실 이태원 클럽 사태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기 이전 5~6월 공연계 전망은 다소 낙관적이었다. 추가 확진자가 0명을 연이어 기록하면서 페스티벌 철은 살아 남겠다는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코로나의 재확산으로 업계는 다시 허둥지둥 개최하려던 공연을 취소해야 하게 됐다. 코로나19로 급변하는 상황, 그 때 그 때 내려오는 정부 지침에 따르다 보니 피로도도 높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부회장은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준비하고 있었던 5~6월 페스티벌과 공연이 취소됐다"며 "아직 매뉴얼 없이 그 때 그 때마다 정부 지침을 따라야 하다 보니 피해가 증가하는 추세다. 지금까지 정부 지원금은 대부분 기초예술 분야에만 적용되고 있어 중소 레이블 및 개인 음악가들은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페스티벌 철이 다가옴에 따라 규제 완화 내지 지원책이 생기길 기대하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올 전망이다.

그나마 대형 회사들의 상황은 조금 낫다. 가지고 있는 인적·재정적 인프라를 가지고 온라인 공연이라는 새로운 활로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 같은 경우 슈퍼엠을 시작으로 새로운 온라인 콘서트 브랜드 '비욘드 라이브'를 시작했다. 집에서 보고 있는 팬들의 얼굴을 무대 배경에 띄워 공연장에서 함께 있지 않아도 '소통'하는 것 같은 느낌을 살렸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도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인 '방방콘'을 진행했다. CJ ENM은 매년 해외에서 개최하던 한류 페스티벌 KCON을 이번엔 온라인으로 돌렸다. 이 같은 온라인 공연들은 현장감은 떨어지는 대신 현장에 설치된 여러 대의 카메라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구도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가수가 무대에서 흘리는 땀방울까지 볼 수 있어 팬들의 호응도는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제 온라인 공연을 보기 위해 티켓팅을 하는 광경이 팬들 사이에선 익숙해져 가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소속 그룹 방탄소년단은 생계가 어려워진 공연 관계자 위해 100만 달러, 한화 약 12억 원 상당의 금액을 기부하며 상생 도모하기 위해 나섰다. 글로벌 공연 기획사 라이브네이션이 코로나19에 따른 공연 중단 및 취소로 어려움에 처한 콘서트 스태프들을 돕기 위해 설립한 기금인 '크루 네이션'에 큰 금액을 쾌척한 것이다. 라이브네이션은 기금을 설립하면서 먼저 자신들이 500만 달러를 출연했다. 여기에 아티스트와 팬 등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추가로 기부 받아 전 세계에 있는 콘서트 관계자 1000명 이상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방탄소년단의 콘서트에서 일할 예정이었던 콘서트 관계자 70명 이상이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국을 포함해 모든 국적의 관계자들이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많은 공동체가 코로나19로 인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기부를 통해 음악산업 종사자들을 돕고 싶었다"고 기부 이유를 밝히며 "빨리 무대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사진=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SM엔터테인먼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