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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고예인 기자]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인 화성 일대 연쇄살인에 대한 경찰의 재수사가 1년 만에 마무리됐지만, 수사 과정에서 불법 체포와 감금 등을 저지른 혐의로 입건된 수사 관계자들은 ‘면죄부’를 받게 됐다.

2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이춘재(57)가 저지른 것으로 자백한 14건의 살인 사건 중 ‘화성 초등생실종사건’(8차 사건)의 수사 과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춘재는 타인의 아픔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로, 군대에서 전역한 뒤 단조로운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와 욕구불만을 풀기 위해 가학적 범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날 이춘재 사건에 대한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사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깊은 반성과 성찰을 하고 잘잘못 등을 자료로 남겨 역사적 교훈으로 삼겠다”며 “(관련 사건의) 재심 절차에 지속해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도 브리핑에서 “이춘재 사건에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피해를 본 윤모(53·검거 당시 22)씨 등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억울하게 20년을 복역한 윤모씨를 수사한 당시 경찰과 검사 8명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만료돼 더는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됐다. 경찰은 앞서 지난 2월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이들을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자신들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8차 사건’ 당시 수사라인에 있던 경찰관과 검사 8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직권남용 체포·감금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독직폭행, 가혹행위 등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은 범인으로 지목한 윤씨에 대해 임의동행부터 구속 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아무런 법적 근거나 절차 없이 75시간 동안 감금하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 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또 8차 사건을 맡았던 형사계장 등 경찰 2명에게는 김양의 유골 일부를 발견하고도 은닉한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됐다.

이 사건은 1989년 7월7일 낮 12시30분쯤 화성 태안읍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이던 김모(8)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다가 사라진 것으로, 이춘재의 자백에 따라 윤씨가 누명을 벗게 됐다.

8차 사건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이정도 변호사는 지난 3월 사건을 은폐한 당시 경찰관들을 고발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위법 행위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범죄가 지속한다고 해석할 수 있으므로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춘재는 이토록 잔혹하고 많은 범행을 한 동기에 대해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았지만, 경찰은 수십차례에 걸친 프로파일러 면담 결과 등을 토대로 그의 범행 동기를 ‘변태적 성욕 해소’로 판단했다.

1991년 7월 결혼한 그는 아내가 가출하자 이에 대한 증오로 처제를 상대로 범행했는데 당시 아내가 가출한 이유도 이춘재의 폭행과 성적 학대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이춘재에 대해 진행한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검사에서는 “피검사자는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이춘재는 내성적 성격으로 자기 삶에서 주도적 역할을 못 하다가 군대에서 처음으로 성취감과 주체적 역할을 경험한 뒤 전역 후에는 무료하고 단조로운 생활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된 욕구불만의 상태에 놓였다”며 “결국 욕구 해소와 내재한 욕구불만을 표출하고자 가학적 형태의 범행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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