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스타항공, 완전 자본잠식 상태…정부 지원 없으면 파산 유력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나란히 있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측에 ‘최후통첩’을 전하면서 7개월을 끌어온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작업이 무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면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은 파산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전날 밤 이스타항공 측에 “10일(10영업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업계는 제주항공이 그동안 이스타항공 측에 체불 임금 해소와 선결 조건 이행 등이 이뤄져야 인수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혀온 만큼 이번 공문으로 사실상 이스타항공 파산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해결하라고 한 선결 조건은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건 외에도 조업료와 사무실 운영비, 보험료 등 각종 미지급금으로 체불 임금액을 포함해 총 800억∼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에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타이이스타젯에 대한 지급 보증건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각종 미지급금 등에 대해 그동안 유동성이 막혀 해결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지만, 제주항공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제주항공 측은 당초 계약서에도 선결조건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10영업일 경과 후 계약 해지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스타항공이 기한 내에 이 같은 각종 미지급금을 해결할 재무 능력이 사실상 업다는 데 있다.

반면 이스타항공 측은 체불 임금 같은 미지급금은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해 놓고 이제 와서 이스타항공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딜 클로징(29일) 시한을 앞두고 제주항공 압박용으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의 지분 400억원어치를 헌납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사이는 더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이 의원의 지분 헌납 발표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계약 변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스타항공 측에서 별도의 지분 증여 절차 없이 M&A 후 이스타홀딩스가 보유 지분의 매각 대금을 가져가지 않는 방안 등을 제시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지분 헌납 발표를 전후로 이 의원 일가에 대한 각종 의혹이 쏟아지며 M&A 이슈가 정치권으로 확산한 것도 제주항공 측에서는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제주항공 대표이사로 부임한 김이배 사장도 이스타항공 인수에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전략기획본부장 출신으로 기획·재무 전문가인 김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제주항공 자체도 유동성 위기를 겪어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이스타항공 인수에 사실상 반대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M&A가 종결돼야 정책금융 지원이 될 것”이라며 “체불 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M&A가 종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금융이 지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정부의 추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한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애꿎은 이스타항공 직원들만 길거리로 나앉을 처지에 놓였다. 이미 2월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제주항공로의 인수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그동안 밀린 임금을 받기는커녕 일자리마저 잃게 됐다.

김호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