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 스포츠 멘털 코치. /본인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미국 프로농구(NB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명장 밥 나이트(80)는 "농구는 정신적인 부분이 75%고, 신체적인 부분이 25%"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작고)도 “야구는 90%가 정신력이고 나머지는 체력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실력 100%를 발휘할 수 있는지가 선수의 경기력을 크게 좌우한다. 현대 스포츠에서 멘털(mental)의 중요성은 끊임없이 강조되고 있다. 국내 스포츠계에서도 멘털 코칭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선수들의 멘털을 관리하는 멘털 코치, 멘털 트레이너 등 전문가를 고용하는 추세다. 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서 우승한 김지영(24)도 “멘털 코치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멘털 코치는 멘털 트레이너와 멘토의 노릇을 하는 심리 전문가다. 선수가 훈련이나 경기에서 심리적인 안정을 유지해 최고 경기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멘털 코칭은 물론이고, 선수 이전에 인간으로서 갖는 문제를 공유하고 인간적인 성장을 돕는 멘토링을 해준다. 

지난달 22일 본지와 만난 최선호 스포츠 멘털 전문 코치도 심리 전문가다. 그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서 멘털 코치를 맡고 있고, 한국남자프로골프(KPGA)투어와 KLPGA투어에서도 멘털 코치로 일한다. 최 코치는 “선수들 만나서 마음 속에 있는 얘기를 나누고 상담을 하면서 그들이 가진 어려움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선수들은 경기와 연습을 할 때 여러 생각을 한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경기 환경, 변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거나 컨디션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부분들을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경기에 방해된다. 불안한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전환하고, 경기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멘털 코칭이다”라고 밝혔다.

스포츠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위닝 멘털리티’(Winning Mentalityㆍ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 기대와 확신)은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최 코치는 “운동 선수의 90% 이상은 연습을 할 때 반성을 한다. 선수들에게 꼭 하는 질문이 있다. 현재 몸 점수, 마음 점수가 10점 만점에 몇 점이냐고 물어본다. 대부분은 점수가 7~9점이어도 좋은 것은 하나도 얘기를 안 하고 좋지 않은 것만 언급한다. 단점을 적으라고 할 때는 A4종이 한 장을 다 채운다. 반면 강점을 물어보면 한 개도 제대로 못 쓰는 선수가 많다”며 “같은 연습을 하더라도 잘된 것이 무엇인지 알고 하는 것과 늘 문제점만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연습에만 매달리는 것 중 어떤 게 더 효율적이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길까. 당연히 전자다. 내가 흘린 땀 시간을 믿을 수 있다면 저절로 자신감이 생긴다. 막연한 긍정적인 생각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기가 어떤 것인지를 알고 그것을 실천할 때 좋은 경기력과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최선호 코치가 선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본인 제공

최 코치는 ‘코칭’(Coaching)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가르치는 것은 티칭(teaching)이라고 한다. 코칭은 곁에서 도와주는 것이다. 코치의 어원은 마차라는 터키어이다. 마차는 승객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티칭에 너무 익숙하다. 티칭은 가르치는 사람, 코칭은 선수가 답을 갖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보단 옆에 있어 주고 들어주면서 친구나 멘토 구실을 해줘야 한다.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티칭의 개념이 아닌 코칭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최 코치는 과거 한 대학병원에서 20년간 운동처방사로 일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뒤늦은 나이에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스포츠 멘털 전문가로 변신했다. 그는 “대학 때 운동부 친구들과 친분을 쌓았는데 그때부터 선수들이 존경스러웠다. 힘들고 어려운 싸움을 참고 이겨내는 게 대단하다고 느꼈고,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운동처방사로 일 할 때도 좋았지만,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내 인생에 후회가 남을 것이라 생각해서 뛰어들었다. 후회는 전혀 하지 않는다. 이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국내에서 스포츠 멘털 코칭 분야의 저변이 아직 약하다. 그러나 스포츠와 멘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미래에는 스포츠 멘털 코칭 분야의 성장이 예상된다. 최 코치는 “저는 이 분야가 미래에는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팀에 멘털 코치가 들어갈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 지금은 많은 팀에서 멘털 코치를 고용하고 있다. 스포츠에서 중요한 분야인 만큼 앞으로 이 직업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다”라고 했다. 

그는 스포츠 멘털 코치에게 필요한 자질로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소통 능력을 꼽았다. “스포츠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스포츠를 알지 못하고 이 일을 하면 깊이 있게 대화하고 들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곁에서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선수들도 가족, 친구들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있다. 그런 것들을 옆에서 들어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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