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文, 김현미 장관에 긴급 보고받은 뒤 추가 대책 지시
노영민 "다주택자 집 팔아라", 이해찬 "국민께 송구"
전문가 "실질적 공급 문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
지난 2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보고에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 여파로 들끓는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긴급 호출해 직접 지시사항을 전달한 가운데 추가 보완책으로 허점을 메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5일 정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김 장관으로부터 부동산 대책 관련 긴급 보고를 받은 뒤 부동산 안정 도모를 위한 4가지 방안을 지시했다. ▲실수요자와 생애 최초 구입자, 전월세 거주 서민에 대한 지원 방안 마련 ▲주택 공급 물량 확대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 부담 강화 ▲집값 불안 시 즉각 추가 대책 마련 등이 골자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부동산 정책에서 꾸준히 강조했던 ‘실수요자 보호’, ‘투기 세력 견제’ 등의 내용이 그대로 포함되면서 재차 방향을 명확히 했다. 눈에 띄는 건 ‘공급 확대’를 직접 언급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상당한 물량의 주택을 공급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추가 발굴을 해서라도 공급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이처럼 대통령이 직접 움직인 이유는 최근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여론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출범 이후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수도권 내 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하고 대출과 재건축·재개발 분양권 요건을 강화하는 등 기존과 마찬가지로 ‘규제’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효력이 신통치 않았다. 추가 규제 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김포와 파주 등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뛰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매매가와 전세가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17 대책 발표 이후 2주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22, 0.13을 기록했다. 전세가격지수 또한 0.14, 0.12로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가운데 논란도 일었다. 청와대 참모진 등 고위공직자 중 다주택자가 다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3월부터 이번 달까지 공개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재산내역을 분석한 결과 전·현직 공직자 64명 중 18명이 다주택자로 나타났다. 서울시의회 의원의 경우 총 110명 중 31%인 34명이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었다.

그간 정부가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못 박았던 터라 국민의 반감이 커졌다. 여론이 악화되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부랴부랴 청와대 참모들에게 1주택 외 주택 처분을 강력히 권고한 뒤 본인이 갖고 있던 집 두 채 중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내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에 관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며 “내 집 마련과 주거 불안감을 해소할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제 시선은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추가 대책으로 향한다. 문 대통령 지시에 따르면 우선 청년·신혼부부 등 생애 최초 구입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완화하고 특별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 시행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 확대 여부도 검토될 계획이다. 여당은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소득세법 개정안 등 ‘부동산 5법’ 처리에 속도를 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자대학교 교수)은 “추가 대책은 ▲보유세·양도세 강화 ▲규제·토지거래허가지역 추가 ▲무주택자 대출요건 완화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공급의 경우 수요가 있는 곳에 이뤄져야 하는데 재개발·재건축이 묶이면서 (보완이)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방안이) 실질적인 공급 대책이 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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