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홍 부총리, "디지털세 도입 관련 OECD 등과 긴밀 논의 중"
대기업 과제 정책 일변도 지적…영세사업자 고려된 정책 필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디지털세 도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한스경제=마재완 기자] 디지털 경제가 본격화되면서 디지털세 도입 기준 논의가 재점화됐다. 오프라인 경제에 적용하던 과세 기준을 그대로 준용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의 중인 디지털세 관련 정책들이 IT 대기업의 과세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기업과 엮인 영세사업자들이 디지털세 도입으로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만큼 대기업과 영세사업자가 공존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7일 IT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세는 법인세와 별도로 부과되기 때문에 그 성격이 간접세에 가까워 IT 대기업들은 이중과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디지털세는 온라인과 모바일 등을 기반으로 발생하는 디지털 매출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디지털세는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이미 적용이 시작됐다. 현재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가 각각 수익의 3%, 5%를 디지털세로 부과하고 있다. 지난 4월 영국도 2%의 디지털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이달부터는 폴란드도 시작한다.

차후 한국 IT 기업이 대거 진출해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 디지털세가 도입되기 시작하면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기존에 없던 세금이 새롭게 부과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경근 BIAC(OECD 경제산업자문위원회) 위원은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안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라며 "정부가 OECD와 같은 다자기구에서 적극 활동하며 디지털세를 일방적으로 도입하는 국가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해외 진출 국내 기업의 세액 공제를 확대해 정책적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를 통한 결제 금액은 지난 1분기 5조8000억원을 넘었다. /와이즈앱 제공

정책 마련 과정, 영세사업자도 함께 고려돼야

전문가들은 디지털세 관련 정책 마련은 단순히 대기업의 과세 문제에 치우쳐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IT 대기업과 엮인 영세사업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이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IT 산업 간담회에서 "점포를 소유하지 못해 인터넷 상점에 입점한 영세업자들도 충분히 고려된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수익 창출원이 출현함에 따라 디지털세 도입은 불가피하다. 다만 직접적 규제 대상인 IT 대기업보다 관련된 영세사업자가 더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당 부분에 대한 숙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디지털세 도입이 본격화 되면 IT 대기업이 해당 과세분을 소비자나 영세 협력사에 전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2018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상거래에서 소상공인 약 40%가 수수료 또는 광고비 부담 전가를 경험했다.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내년 상반기까지 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네이버는 디지털세 등 불확실성에 대비한 새로운 재원 마련에 먼저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달부터는 네이버 페이 포인트 적립 혜택을 대폭 강화해 네이버를 통한 거래액 증가를 노리는 모양새다. 다만 네이버 멤버십 혜택 확대가 추후 네이버 쇼핑 입점 영세사업자 등에 대한 수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포착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했거나 입점할 예정인 영세사업자들이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수수료 인상 등으로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상반기 매출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영세사업자에게 수수료 인상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년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생계를 꾸리고 있는 한 상인은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수수료가 더 오른다면 너무 힘들 것 같다"라며 "안 그래도 코로나19 때문에 직원을 줄인 상황이기 때문에 적어도 당분간은 변동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인터넷쇼핑몰 창업을 준비 중인 청년 예비 창업자도 "자본이 부족한 영세사업자는 현행 네이버 수수료도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며 "검색 시 노출되는 키워드에 대해 노출 빈도까지 하나씩 따져본다. 이렇게 수수료를 한 푼이라도 줄이려고 노력 중인데 갑자기 인상 한다면 사업을 시작하기도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디지털세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디지털세를 도입하면) 한국이 다른 외국기업의 과세권을 가져오는 것도 있으나 우리 기업이 다른 나라에 진출 시 과세권을 줘야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해 디지털세 정책 주요 고려 대상은 IT 대기업임을 시사했다.

마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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