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알뜰주유소·최고가 주유소 “코로나19 한창에도 매출 타격 없어”
정부·업계, 알뜰주유소 무용론 논쟁 여전
4일 오후 3시 강서구 알뜰주유소. 주유를 기다리는 차들의 줄 서기 행렬이 이어졌다. /고혜진 기자

[한스경제=고혜진 기자] “저는 오피넷(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으로 검색해서 최저가 주유소를 찾는데 이곳은 웬만하면 다른 곳보다 싸서 자주 와요. 그러나 다른 알뜰주유소는 일반 주유소(정유사 상표가 붙은 주유소)보다 비쌀 때도 있어서 잘 가지 않아요.” 

지난 4일 오후 3시. 서울시 강서구 화곡역 알뜰주유소에서 만난 한 30대 남성은 알뜰주유소의 인식은 가격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 주유소가 알뜰주유소 대비 브랜드 인식과 질이 좋은 느낌이지만 자신은 이곳에 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실제 이날 알뜰주유소에서 주유를 기다리는 차들의 줄 서기 행렬이 이어졌다. 오피넷에서 제시한 전국 평균 휘발유 금액은 ℓ당 1358.3원(4일 기준)이었으나, 해당 주유소는 1308원으로 최저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7월 첫째주 전국 주유소 주간 단위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은 ℓ당 각각 1355.4원과 1158.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지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ℓ당 1448.3원을 기록했으며, 알뜰주유소 판매 가격은 1318.2원에 달했다. 이는 해당 알뜰주유소 판매 금액 대비 웃도는 수준이었다.

휘발유 판매 금액 ℓ당 1308원 안내판(좌), 저렴한 가격에 주유를 하려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고혜진 기자

이에 알뜰형주유소는 저렴한 가격에 주유를 하려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성동구에서 왔다는 한 남성은 “만땅을 채우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았다”며 “사실 집과 거리가 있는 주유소였으나 성동구 지역은 평균 1400원대라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셀프 주유소지만 대기하는 자동차가 많아 직원들도 총동원했다. 알뜰주유소 직원은 “손님들이 혼자 주유하기엔 어려울 수 있어 상주 대기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업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창일 때에도 365일 바빴으며 매출 타격이 없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꾸준히 논란됐던 알뜰주유소 실효성 문제도 거론됐다. 고객 A씨는 “알뜰주유소만 찾기보다 주유소 전체 가격을 비교해 가장 싼 주유소를 방문하는 것 뿐”이라며 “알뜰주유소든지 일반 주유소든지 소비자를 위한 주유 가격 안정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알뜰주유소는 정부가 지난 2011년 정유사들의 담합을 막기 위해 선보인 사업이다. 공공기관이 정유사로부터 공동 구매 형식으로 기름을 공급받아 납품하는 구조다. 당시 최대 100원 싼 가격에 기름을 공급하겠다고 도입됐으나 가격 차별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가 분석해본 결과 서울 지역 전체 11개 알뜰주유소 중 전국 평균 휘발유 금액 ℓ당 1358.3원(4일 기준) 금액보다 비싼 알뜰주유소는 총 4개(구로구·영등포구·관악구·중구)가 꼽혔다. 실제 구로구에 위치한 알뜰 JHC에너지 주유소에 가보니 휘발유는 ℓ당 1367원에 판매돼 기자가 1시간 정도 대기하는데 사람이 없었다.

알뜰주유소 맞은 편에 있는 SK에너지 주유판. 휘발유 판매 금액 ℓ당 1383원, 경유는 1181원 등에 판매되고 있다. /고혜진 기자

여기에 알뜰주유소는 가격만이 아니라 품질에서도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화곡역 알뜰주유소에서 횡단보도를 하나 두고 SK에너지 현대 셀프 주유소를 운영하는 업주는 “SK에너지의 옥탄가(휘발유가 연소할 때 이상폭발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수치)는 94이상인데 알뜰주유소는 90이상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옥탄가가 94를 넘어야 고급 휘발유로 분류한다.

이어 “같은 양의 주유를 넣으면 우리는 10㎞를 주행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알뜰주유소 기름은 7~8㎞가 가능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또 근거리에 있는 알뜰주유소와 비교해 고객 유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전혀 문제 없다”며 “정유사에서 들어오는 할당 기름양은 항상 다 팔았고 우리 기름이 더 비싸도 고객들은 알뜰주유소와 비교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서울에서 최고가 휘발유 판매 금액 ℓ당 2025원을 기록한 강남구 SK에너지 뉴서울주유소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SK에너지 주유소 직원은 “코로나19가 심했던 올 초반에도 손님은 많았다”며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이 넘어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정유업계의 영업적자와 일반 주유소의 폐업 문제로 알뜰주유소의 무용론이 재점화되고 있다. 각 주유소협회 측은 알뜰주유소와 일반 주유소의 가격 차이를 두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맞느냐에 의견이 분분한 입장이다. 

한편 알뜰주유소 사업의 정부 예산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13년 54억원에서 2017년 6억원, 지난해는 5억2500만원으로 감소했다.

사진은 강남구 SK에너지 주유소 안내판. 4일 휘발유 판매 금액은 ℓ당 2025원이었다. /고혜진 기자

고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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