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조양래 회장 지분 차남 조현범에 양도... 장남과 딸들 반발
조원태vs조현아, 신동빈vs신동주 간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
(왼쪽부터)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조현범 사장.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제공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과거부터 오늘까지 끊임없는 왕좌를 위한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창업주가 누구에게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그룹의 명운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더욱 빛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긴 안목으로 내달 볼줄 아는 혜안이 기업경영에 중요한 셈이다. 

최근 펼쳐지고 있는 경영권 갈등은 대부분 창업주가 명확한 후계구도를 설정하지 않았거나 장자계승이 아닌 차선의 방법을 선택하면서 불거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더해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경영인이 외부의 힘을 빌려 기업을 위기로 내모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재계에서 벌어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우리 기업역사에서 그리 드물지도 않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 등이 형제간 갈등으로 각기 다른 길을 가거나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최근 불거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한국타이어에서 불거졌다. 한국타이어의 경영권 분쟁은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보유 지분 전부를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하면서 장남과 딸들이 합세한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조양래 회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이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전부(23.59%)를 조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사다. 매각대금은 약 3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범 사장은 이번 거래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기존 19.31%에서 42.90%로 두 배 이상 늘리게 됐다. 이로 인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후계구도는 사실상 조 사장 체제로 못을 박은 것이라는 게 재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조현식 부회장 측이 이를 가만히 앉아서 두고 보겠느냐’며 조 부회장의 반격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두 형제의 상반된 경영철학과 조현범 사장이 안고 있는 ‘오너리스크’ 때문이다.

평소 두 형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방향성을 두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은 “타이어 사업 외에도 다양한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주장한 반면, 조 부회장은 “타이어에 집중하면서 업계 내 위상을 지켜야 한다”는 식으로 의견 차이를 보이며 충돌했다.

조 부회장은 올해 초 조 사장이 추진하던 신사업을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조 사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임원 일부를 해임한 일도 있었다. 이런 견제가 이어지면서 두 사람의 사이가 점점 멀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기습적인 지분 매각을 통해, 조양래 회장은 사실상 조현범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조 회장의 여전한 신임을 대외적으로 공개한 셈이다.

하지만 조 부회장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19.32%을 갖고 있는 만큼, 동생의 승승장구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회사의 지분 10.82%를 갖고 있는 조희원 씨 등과 연합 전선을 구축하면 지분이 과반을 넘지 않는 조 사장에게 대적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조 씨는 평소 조 부회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자매간 연합에 국민연금까지 가세할 가능성도 있다.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조현범 사장인 만큼 형제가 경영권을 둘러싼 ‘표대결’을 벌이면 국민연금이 조사장을 선뜻 지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현재 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한국테크놀로지의 지분 7.74%를 보유 중이다.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2심이 진행 중이고 실형을 선고 받을 가능성도 남아 있는 만큼, 국민연금이 조 사장을 지지할 대의명분이 부족한 상황이다.

다만 업계는 조양래 회장의 지지를 등에 업는 조 사장인 만큼, 경영권 승계는 ‘예고된 수순’으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형제들도 조만간 입장 발표를 예고하고 있지만 조현범 사장의 그룹 내 지지가 탄탄하고, 당장 조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가 경영 체제를 바꿀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진칼, 3자 연합에 판세 뒤집히나

(왼쪽부터)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한진그룹 제공

한진칼은 지난해 故 조양호 회장이 별세한 뒤 장남 조원태 회장이 자리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반발한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이 3자 연합을 결성하면서 조원태 회장을 흔들고 있다.

한진칼은 지난 1일 그레이스홀딩스,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이 주주총회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그레이스홀딩스 외 3인은 지난 3월 27일 한진칼 주주정기총회 결의를 취소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지난 5월 26일 제기했다.

당시 한진칼 정기주총에서 3자연합이 제안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선임안은 모두 부결됐다. 대신 조원태 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5명 등 조 회장 측이 제안한 안건이 통과됐다.

현재 3자 연합(조현아 전 부사장, 반도건설, KCGI)의 지분율은 45.23%, 조원태 회장 측 지분율은 41% 내외로 알려져 있다.

이미 3자 연합의 지분율이 조 회장을 넘어섰다. 최근엔 한진칼의 ‘분리형·일반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두고 “우선적으로 고려되었어야 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방식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다 우군 모으기에 나서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날카로운 견제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국민연금의 한진칼 주식 보유목적을 기존과 같이 ‘경영참여’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3자연합의 경영참여는 안개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7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끝난 뒤 “(한진칼) 주식 보유목적을 바꿀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 기존 방식 그대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국민연금이 취하는 입장에 따라 조 회장과 3자 연합의 경영권 다툼의 결말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롯데, 굳어지는 신동빈 체제…‘형제의 난’ 사실상 종결

(왼쪽부터) 신동주 SBI코퍼레이션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수년간 이어져온 롯데그룹 ‘형제의 난’은 신동빈 롯데 회장의 승리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서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제안한 신동빈 회장의 이사직 해임안이 부결되고, 이번 달부터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부친 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20년 전 유서가 발견되면서, 신동빈 회장은 대의명분도 챙기게 됐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 4월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의 건과 함께 유죄 판결을 선고 받은 인물의 이사 취임을 방지하기 위한 이사의 결격 사유를 신설하는 정관 변경의 건 등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제출했지만 부결됐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소송을 검토할 계획이었으나 신 명예회장의 유서가 발견되면서 힘을 잃게 됐다.

결과적으로 두 형제의 경영권 다툼은 차남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 되어가는 분위기다.

신 회장은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한·일 롯데의 경영권을 강화하게 됐다.

그러나 신동주 회장 측이 신 명예회장의 유서에 대해 “법적 효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왜 이 시점에 유서가 공개됐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히면서 향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게 됐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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