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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난 1년간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오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주년을 앞두고 지난달 19~25일 전국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5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지난 1년간 상급자 등에게 직장 내 괴롭힘(직장 갑질)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45.4%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모욕과 명예훼손(29.6%) ▲부당지시(26.6%) ▲업무 외 강요(26.2%) ▲폭행·폭언(17.7%) 등이었으며, 응답자 대부분은 괴롭힘을 당했더라도 신고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괴롭힘에 대해 어떤 대응을 했느냐는 질문(복수응답)에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62.9%)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개인적으로 항의했다'(49.6%) ▲'친구와 상의했다'(48.2%) ▲'회사를 그만뒀다'(32.9%)가 뒤를 이었다.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자들은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혹은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라 회사나 고용노동청에 신고했다는 비율은 단 3%였으며, 신고했지만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경우가 50.9%에 달했다. 신고를 이유로 부당한 처우를 경험했다는 비율도 43.3%였다.

이런 가운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직장인의 감수성 점수는 평균 69.2로 1년 전(68.4)과 큰 차이가 없이 여전히 하위 등급인 D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장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당하거나 하면서도 여전히 이것이 잘못인지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해 조사와 비교해 '일을 못 하는 직원이라도 권고사직을 하게 하면 안 된다'는 항목에 대해 공감하는 정도는 높아졌지만(감수성 점수 45.5→50.2), '회사가 어려워도 임금은 줘야 한다'에 대한 공감 능력은 떨어졌다(감수성 점수 84.6→81.0).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었다고 느끼는 응답자의 비율은 53.5%로 나타났다. 

다만 응답자의 직급과 성별 등에 따라 '법 시행 후 괴롭힘이 줄었다'고 답한 비율에 상당히 큰 차이가 났다.

직급별로는 상위 관리자(75.9%)에서 개선을 체감하는 정도가 가장 두드러졌고, 중간관리자급(57.9%), 실무자급(52.9%), 일반 사원(51.0%)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자가 58.9%로 여자(46.4%)보다 12.5%포인트 높았다.

공공기관(55.0%)과 민간 대기업(57.5%)에서는 괴롭힘이 줄었다고 느낀 비율이 높은 편이었으나 민간 5인 이상∼30인 미만 사업장(51.7%)과 5인 미만 사업장(50.6%)에서는 평균보다 낮았다.

직장갑질119는 "법 시행으로 갑질이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우선 사용자에게 신고하도록 한 조항을 바꿔 노동청에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고 4인 이하 사업장이나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보호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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