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왼쪽)과 차우찬.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야구 팬들은 에이스 걱정을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한다. 대체적으로 에이스들은 아무리 부진하더라도 한 시즌을 마치고 보면 개인 평균 성적을 어김없이 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양현종(32ㆍKIA 타이거즈)과 차우찬(33ㆍLG 트윈스)도 흔히 말하는 ‘믿고 보는 에이스’다. 매년 꾸준한 성적을 내며 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러나 둘은 올해 에이스라는 칭호가 어울리지 않는 성적에 그치고 있다. 일시적인 슬럼프로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지난 시즌과 비교할 때 올해 성적표는 기대와 크게 다르다.

양현종 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4.1이닝 동안 홈런 2개 포함 11안타 8실점(8자책점)을 허용했다. 양현종이 한 경기에서 8실점을 내준 것은 지난달 2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이닝 8실점(7자책점)한 이후 올 시즌 두 번째다. 4.67이었던 시즌 평균자책점도 5.55로 올라갔다. 개인 3연패를 기록하며 KIA 선발투수 5명 중 가장 많은 패전을 기록 중이다. ‘슬로 스타터’인 그는 시즌이 흐를수록 구위가 좋아지는 스타일이다. 지난해에도 시즌 초반 크게 부진했으나 중반부터 감을 찾아 결국 평균자책점 타이틀까지 따냈다. 그러나 올해는 전반적으로 구위와 경기운영이 예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우찬은 기복이 심하다. 올 시즌 10경기에서 4승 4패 평균자책점 5.54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으나 19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1이닝 8실점으로 극과 극의 결과를 보였다. 최근 등판인 1일 KT 위즈전에서도 5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선발 등판한 10경기 중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ㆍ3자책점 이하)는 5번에 그쳤다. LG는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토종에이스 차우찬을 비롯해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이상 31) 외인 원투펀치도 동반부진에 빠져 힘겨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양현종은 2015년부터 매 시즌 180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최근 5년간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공을 던졌다. 매년 혹사 얘기가 나오지만 올해도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올 시즌도 착실하게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다만, 휴식으로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나온다. 맷 윌리엄스(55) KIA 감독은 “양현종이 원하는 만큼의 날카로운 피칭이 나오지 않고 있긴 하다. 밋밋한 느낌도 있었다”면서도 “최대한 휴식을 잘 취하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잘 준비한다면 좋은 투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우찬도 몸 상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올 시즌이 끝난 뒤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하는 차우찬은 의욕적으로 올 시즌을 준비했고, 최근 몇 년간 가장 몸 상태가 좋다는 소리도 들었다. 류중일(57) LG 감독은 "초반에 몸이 덜 풀려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트랙맨이나 투수코치 등이 계속 릴리스포인트 등을 보면서 이야기 해 주고 있다. (차)우찬이도 100개 넘으면 자기 공을 잘 던진다. 참 신기하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후유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프리미어12 당시 양현종은 대표팀 에이스, 차우찬은 전천후 투수로 활약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주축 투수로 뛴 이영하, 박종훈, 하재훈도 깊은 부진에 빠져 있다. 이용찬과 고우석은 수술대에 올랐다.

대표팀에 뛰었던 투수들이 국제대회 후유증을 겪은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태극마크가 주는 무게감은 절대 적지 않다.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정신적인 긴장과 육체적인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팀 마운드에서 양현종과 차우찬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KIA와 LG가 가을야구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에이스들의 부활이 절실하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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