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A 출신 권민아(왼쪽)와 지민.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그룹 AOA 출신 권민아가 팀 탈퇴 이유를 멤버 지민의 괴롭힘 때문이었다고 밝히면서 아이돌 그룹들의 팀 내 갈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권민아는 수 차례에 걸쳐 지민과 있었던 일들을 폭로했고, 이 일로 결국 지민도 AOA에서 탈퇴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권민아가 수 차례 극단적 선택을 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어린 나이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아이돌 스타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잊을만 하면 올라오는 아이돌 불화설

아이돌 스타들의 불화설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일단 데뷔를 하면 스타들의 무대 위, 아래서의 생활은 많은 부분 대중에게 노출되고, 그러다 보면 어쩌다 찍힌 사진, 어쩌다 내뱉은 발언 하나까지 주목돼 불화설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공연장에서 A가 같은 그룹 멤버들보다 다른 팀 멤버들하고 더 친하게 지내더라', 'B가 C에게 물병을 건네는데 C가 무시하더라', '쉬는 시간에 D만 그룹에서 이탈해 혼자 다니더라'는 등의 불화설 관련 목격담은 셀 수 없이 많다.

AOA 권민아와 지민의 경우처럼 이런 불화가 멤버들의 입을 통해 수면 위로 오르는 경우도 있다. 지난 해 11월 멤버 우지윤이 탈퇴하면서 기존 2인조에서 1인조가 된 볼빨간사춘기도 이런 경우다. 볼빨간사춘기 안지영은 컴백 후 쇼케이스,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 등에서 멤버 우지윤과 불화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낯선아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우지윤의 노래에 "넌 날 밀어 버리곤 셋 포인트 그대로 가로채", "걱정이야 난 너가 다행이야 난 나가" 등 안지영을 저격한는 듯한 가사가 담겨 불화설이 재점화됐다. 안지영은 우지윤에 대한 SNS 팔로우를 끊었고, 결국 두 사람은 우지윤의 탈퇴 시기에 대해 의견 차이를 겪었으며 현재도 서로 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상태임을 고백하게 됐다.

볼빨간사춘기 안지영(왼쪽)과 탈퇴한 우지윤.

또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경우 지난 해 '원더우먼'으로 컴백할 당시 여러 방송 채널들에서 멤버들 사이의 불화설을 해명했다. 시크릿은 팀 활동을 마무리한 이후에도 한선화와 다른 세 멤버 사이의 갈등이 자주 이야기된다. 전효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한선화를 제외한 멤버들만 등장할 때마다 관련 내용이 계속 끌어올려지고 있다.

■ 팀 내 분열과 악화되는 정신 건강… 해결책 없나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같은 갈등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촉발된다. 돈과 활동 방향성에 대한 견해 차이다.

멤버들이 여럿인 아이돌 그룹의 경우 활동 초반에는 그룹을 띄우기 위해 한, 두 명의 멤버들에게 집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주는 전략을 자주 사용한다. 개인의 활동이 곧 팀을 위한 것이다 보니 이 단계에선 개별 스케줄로 인해 벌어들인 수익도 멤버들이 모두 나눠 갖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스케줄이 많은 멤버는 이런 정산 체계에 불만을 품게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다른 멤버들의 경우 같은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인지도 차이가 크게 벌어지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 이 때 스스로를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좌절하거나 인기 많은 멤버를 여럿이 따돌리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전언이다.

그룹 활동에 대한 견해 차이는 특히 팀에 새로운 멤버가 충원됐을 경우 자주 발생한다. 그룹 성장에 대한 공헌도가 서로 다르다고 느끼다가 이것이 갈등으로 번지는 것이다. 다른 경우 아이돌 그룹을 향후 연예계 활동의 디딤돌 정도로만 생각하는 멤버와 그룹 활동에 애정을 가지고 헌신하는 멤버 사이의 의견차이가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기사 내용과 특정한 관계 없음.

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란다는 말을 흔히 하지만 아이돌 그룹 내 멤버들의 갈등을 단순히 성장을 위한 과정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활동을 시작, 처절한 경쟁 상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아이돌 스타들의 경우 다른 멤버들로부터 받은 괴롭힘이나 갈등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처가 저절로 아무는 경우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주변에서 개입하고 도움을 주지 않으면 갈등이 악화돼 그룹 해체, 연예계 은퇴 같은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사내에서도 갈등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10대 아이들 여러 명이 한 데 모여 생활하는데 솔직히 갈등이 없을 순 없다"면서 "우리 회사의 경우엔 중재자를 이용하게 하는 편이다. 불만이 생기거나 다른 멤버와 갈등을 빚게 되면 일단 서로 직접적으로 얘기하기 전에 매니지먼트 실장이나 다른 회사의 직원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라고 권고한다. 화가 난 상황에서 서로 대화를 하다 보면 감정 싸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습생 시절부터 멘탈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사내에 상담실을 운영하는 회사들도 많다.

전문의들의 도움을 권고하기도 한다. 많은 대형 기획사들의 경우 성형외과, 치과 등과 연계를 맺고 소속 연예인과 연습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심리상담센터 등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과 연계한 회사들도 있다. 정신과의 경우 특히 보안 등의 측면에서 예민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회사와 연계해 스타들의 부담을 줄이고자 한 것. 실제 많은 아이돌 스타들이 정신과 전문의, 약물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같은 노력도 모든 갈등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는 없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회사에서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지만 본인이 직접 말을 하지 않는 이상 뭐가 불만인지, 어떤 게 힘든지 전부 다 파악할 수는 없다. 그게 현실"이라면서 "때문에 멤버들과 정기적으로 상담하는 시간을 꼭 갖는다. 또 멤버들이 어리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상의하는 시간도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DB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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