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홈런왕 이승엽(왼쪽)과 박병호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KBO리그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거포' 박병호(34)가 개인 통산 300홈런을 달성했다. 역대 14번째 대기록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현역 홈런타자 박병호는 전설로 자리잡은 '라이온킹' 이승엽(43)을 넘어설 수 있을까. 
 
◆ 박병호 홈런 페이스, 2003년 이승엽과 비교해 보니
 
박병호는 올 시즌 51경기에 나서 14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월별로 보면 5월 24경기에 출전해 홈런 5개를 뽑아냈다. 경기당 0.2개꼴이다. 6월에는 22경기에서 6개의 아치를 그렸다. 경기당 0.27개. 7월에는 5경기에서 3개의 홈런포를 쐈다. 경기당 0.6개다. 3개월 평균 1경기당 0.27개씩 홈런을 때렸다. 정규리그 종료까지 90경기가 남았다고 가정할 때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38개 내외의 홈런으로 시즌을 마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7월 5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신고하는 등 특유의 몰아 치기가 가능한 박병호인 만큼 2018시즌 44개로 홈런왕이 된 김재환(32·두산 베어스)보다 1개 뒤지며 아쉽게 놓친 왕좌도 40개 이상의 홈런으로 다시금 노려볼 수 있다.  
 
다만 2003년 56개의 대포로 아시아 홈런왕에 오를 당시 이승엽의 페이스와 비교하면 다소 처진다. 56개의 홈런을 기록했을 당시 이승엽은 50경기 만에 26호를 쳤다. 경기당 0.52개의 페이스였다. 2003년 4월에 홈런 6개, 5월에 15개, 6월에 14개를 쳤다.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엔 주춤했다. 7월과 8월엔 6개에 그쳤다. 9월에는 8개로 컨디션을 끌어 올렸고,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2003년 10월 2일 롯데 자이언츠와 대구시민구장 홈경기에서 대망의 56호 홈런 아치를 그렸다. 전체 133경기 중 131경기에 출전해 56개의 대포를 가동했다. 경기당 0.427개다. 
 
이승엽의 56호 아시아 최다 홈런 신기록은 2013년 9월 15일 당시 29세로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뛰던 네덜란드 출신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한신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56호와 57호 연타석 홈런 아치를 그리며 깨졌다. 
 

박병호가 5일 통산 300호 홈런을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홈런왕의 조건을 갖춘 박병호
 
박병호의 스윙은 흡사 장타자 골퍼와 비슷하다. 스윙할 때 팔로 스로가 크고 길다. 특유의 강한 힘을 배트에 전달한다. 박병호 특유의 스윙은 그를 2012년(31개)을 시작으로 2013년(37개)과 2014년(52개), 2015년(53개)까지 4년 연속 홈런왕으로 이끌었다. 2016년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2018년 다시 KBO리그로 돌아와 단 1개 차이로 김재환에게 홈런왕 타이틀을 내줬지만, 2019시즌 33개의 홈런으로 다시 홈런 1위에 올랐다. 
 
타고난 타격 감각도 돋보인다. 투수의 구질을 예측하는 노림수, 동체시력(움직이는 물첼르 보는 능력)도 뛰어나다. 흔히 '몸통 스윙'이라고 불리는 타격 기술도 훌륭하다. 타격 타이밍을 잡고 손목, 허리, 하체를 조화해 홈런을 만드는 박병호만의 부드럽고 간결한 스윙 매커니즘은 홈런왕 그의 최종 병기다. 여기에 빠른 스윙 스피드도 장점이다. 박병호는 이승엽보다는 다소 가벼운 배트를 쓴다. 890g(34인치)짜리 방망이를 사용한다. 전성기 시절 이승엽은 920~930g(34인치) 배트를 들었다. 
 

박병호가 5일 KT 위즈와 경기에서 통산 300호 홈런을 타격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홈런왕 박병호를 위한 조건
 
박병호가 올 시즌에도 홈런왕에 오르기 위해선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라이벌이 필요하다. 2003년 이승엽은 심정수(당시 53홈런)라는 쟁쟁한 경쟁자가 있었다. 올해 박병호가 넘어야 할 큰 산은 외인 멜 로하스 주니어(30·KT위즈)다. 로하스는 53경기를 치른 6일 현재 19개의 홈런으로 이 부문 1위다. 그 뒤를 51경기를 뛴 나성범(31·NC다이노스)이 15개로 바짝 쫓고 있다. 박병호와 함께 로베르토 라모스(26·LG트윈스)와 애런 알테어(29·NC)가 14개로 타이를 이루고 있다. 
 
홈런을 많이 치려면 중심 타자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2003년 당시 이승엽은 3번 타자로 뛰었다. 4번 마해영(38홈런·리그 3위)과 5번 양준혁(33홈런·5위)이라는 강타자들이 뒤에서 버티고 있었다. 상대 투수 편에서 보면 이승엽을 마냥 피할 수만은 없었다. 붙박이 4번 타자로 뛰는 박병호 역시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박병호 앞뒤 타순의 무게감은 마해영-양준혁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현재 KBO리그에서 한 시즌 50홈런 이상을 친 선수는 이승엽(1999, 2003년)과 심정수(2003년), 박병호(2014, 2015년) 단 3명뿐이다. 은퇴한 이승엽과 심정수를 넘어 박병호가 새로운 홈런 시대를 만들지 주목된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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