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체육회.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주낙영(59) 경주시장은 최근 경주시청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팀에서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유망주 고(故) 최숙현 선수를 애도하며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애도의 뜻을 표한다. 진상규명과 책임소재 파악이 철저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3일 밝혔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진행해 관련자를 ‘일벌백계’하는 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을 운영해온 경주시의 책무다. 그런데 주 시장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 및 예방책을 강구하겠다”면서 ‘팀 해체’라는 이상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조 실패의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을 해체한 것과 ‘오버랩’ 된다.

본질을 완전히 흐리는 처사다.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교 문을 닫고 직장 내 괴롭힘이 일어났을 때 직장을 없애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일부 네티즌은 “문제가 된 인사들을 해고하든지 징계하든지 인사 조치해야 정상이지 않나. 팀을 해체한다니 생각 없는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질타가 쏟아내고 있다.

팀 해체는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든다. 경주시청 소속 선수들의 실직, 은퇴와 직결된다. 최 선수의 동료 2명은 고인이 당한 폭행과 가혹 행위를 증언하고 자신들이 겪은 폭행도 폭로했다. 고인을 위해 용기를 낸 이들은 팀이 해체되면 은퇴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 잘못된 관행을 폭로한 결과가 팀 해체라면 앞으로 다른 종목의 선수들은 비슷한 일을 겪어도 선뜻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팀 해체가 아니라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 소재를 확실히 가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경주시 트라이애슬

론팀은 경주시 직장운동경기부 소속으로 경주시 체육회가 시 보조금을 받아 관리한다. 그러나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는 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관심 밖이었다. 최 선수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도 경주시는 수 개월간 방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팀 해체는 명분도 실효성도 없는 전시행정이다. 폭행 당사자인 감독, 물리치료사, 그리고 가혹 행위에 가담한 선수 2명에 대한 확실한 징계는 물론이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시와 시 체육회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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