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체육계 사태 관련 발언을 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선수 고(故) 최숙현 사건이 불거지면서 체육계를 향해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67) 대통령은 체육계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인 故 최숙현은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고인이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상습 폭행과 괴롭힘, 갑질 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녹취록에는 폭행과 모욕을 당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체육계에서 대형 사건, 사고가 터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폭행, 성폭력 등 강력 범죄 사건사고가 주를 이룬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이승훈(32)은 후배를 폭행해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2011년과 2013년, 2016년 해외 대회 출전 중 후배 선수 2명에게 폭행과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승훈은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재심을 청구했으나,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를 기각했다.

지난해 8월말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던 최인철(48) 감독은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 시절 선수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한 전력이 들어나 자리에서 물러났다. 학원축구 지도자로 몸담으면서 미성년 선수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그는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에는 제 사과가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깊은 반성을 하고 있는 만큼 조금이나마 제 진심 어린 사과가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뒤늦게 반성했다.

성희롱, 성폭행 사건 등을 고발하는 ‘미투 사건’도 끊이질 않았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3)는 지난해 1월 조재범(39)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 당해왔던 사실을 털어놨다. 2014년부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직전까지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조재범 전 코치의 영구제명을 확정했다.

빙상계에서 시작된 미투 고백은 다른 종목으로 번져나갔다. 같은 달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25)은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2011년부터 4년 동안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대한유도회는 해당 코치에 영구제명과 삭단(유도 단급 삭제)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동성 간의 추행 사건도 발생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임효준(24)은 지난해 6월 17일 오후 5시쯤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센터에서 체력훈련 중 훈련용 클라이밍 기구에 올라가고 있던 대표팀 후배 A씨의 바지를 잡아당겨 신체 부위를 드러낸 혐의를 받았다. 임효준은 그 해 8월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선수 자격정지 1년 징계 조치됐다. 지난 5월엔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으로부터 벌금 300만 원과 40시간 성폭력치료 이수 명령을 받았다.

故 최숙현 사건 전 체육계를 달군 사건은 전 유도 국가대표 왕기춘의 성범죄 논란이었다. 그는 2017년 2월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에 다니는 A(17)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체육관에 다니는 제자 B(16)양과 10차례에 걸쳐 성관계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도 받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2월엔 B양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왕기춘은 자신의 사건과 관련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고 있다.

체육계에 굵직한 사건사고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7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성명을 냈다. 그는 “최근 체육계 폭행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며 "선수에 대한 가혹 행위와 폭행은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구시대의 유산이다. 체육계는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낡고 후진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메달이 최고의 가치가 아니다. 성적이 선수의 행복보다 중요하지 않다. 선수가 경기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훈련에 가혹 행위와 폭행이 따른다면 설령 메달을 목에 걸어도 값진 일이 될 수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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