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늑장ㆍ부실 대응 논란
박양우 문체부 장관.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경주시청 소속 당시 가혹 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26일 스스로 22년 생을 마감한 트라이애슬론 고(故) 최숙현 사태가 체육계를 강타하고 있다. 산하 단체를 관할해야 할 의무가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사건을 방관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울러 두 기관장의 발언과 행동이 도마 위에 올랐다.
 
◆ “보도 보고 알았다”
박양우(62) 문체부 장관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해 이병훈(63)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최 선수가 여섯 번이나 신고했을 때 인지 시점이 언제였냐’는 질의를 받자 “유감스럽게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는 뜻밖의 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유족뿐만 아니고 국민에게도 마땅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현안보고에선 “2일 장관주재 긴급 회의를 개최해 최윤희(53) 문체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가동했다”며 “조사단은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등에 대해서 제보 사항 처리 과정 적정성과 선수 인권보호 시스템 전반에 감사 시스템을 시행할 예정이다.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하는 것은 물론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지만 박 장관이 사건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늑장 대응한 것에 비난이 거세다. 아울러 박 장관은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팀 닥터의 기본적인 신상조차 알지 못했다. 윤상현(58) 무소속 의원이 “팀 닥터는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박 장관은 “개인적인 신상에 대해선 잘 파악을 못 하고 있다”고 답했다. 늑장에 이어 부실한 관리까지 드러난 셈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 발인 날 자선 골프 대회 참석

고인의 발인이 있던 지난달 30일 오후 처음으로 사망 관련 보도가 나왔다. 발인 다음 날인 1일 이용(42) 미래통합당 의원이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사태가 공론화됐다. 이날 대한체육회는 입장문을 내고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는 올해 4월 8일 고인으로부터 폭력 신고를 받고 피해자 연령과 성별을 고려, 여성 조사관을 배정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며 “검찰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사건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9일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관련자들에 대해 엄중한 조처를 할 것이다. 해당 사건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나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클린스포츠센터 및 경북체육회 등 관계 기관의 감사 및 조사도 검토 중이다”고 고 밝혔다.

그러자 사태가 이미 공론화된 이후에 대응책을 내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고인 발인이 있던 날 이 회장은 조재기(70)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과 함께 강원도 춘천에 있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선수협회가 주최한 자선 골프 대회에 참석했다. 대한체육회 입장문을 내놓기 하루 전이다. 물론 미리 잡힌 자선 행사 일정을 소화한 것이겠지만, 이번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도 모자랄 시기에 골프장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 반복되는 체육계 사건사고, 근본대책 절실

체육계 대형사건이 나올 때면 항상 '책임론'이 부상한다. 박 장관과 이 회장은 머리를 숙이며 재발 방지를 약속해 왔다. 하지만 제대로 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이번 사건이 나온 후 박 장관은 6일 긴급현안질의에서 “스포츠 인권 전담 교류인 스포츠조직센터가 8월부터 출범한다. 스포츠조직센터는 스포츠 비리 불공정 및 인권침해 사항에 대해 체육계 내부 영향력에서 벗어난 외부 독립 기구로서 엄정한 제재와 효과적인 처벌 방지를 조처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 회장도 “최 선수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체육계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규명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건이 이미 벌어진 뒤 대책을 마련해 ‘사후약방문’ 논쟁을 부추겼다. 또 최전선에서 사태를 파악해야 할 두 단체장의 아쉬운 대처가 오히려 공분을 키웠다. 미리 인지ㆍ해결하지 못하고 일이 터진 뒤에야 수습에 매달리는 모습에 대중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한 스포츠평론가는 "고 최숙현 사건이 일어난 건 지금까지 문제가 됐던 체육계 대형사고를 대충 넘어갔기 때문이다"며 "문제의 핵심을 짚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형식적으로 머리를 숙일 게 아니라 이런 문제들이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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