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강인 시즌 2호골
'퇴장 악몽' 딛고 다시 날갯짓
이강인이 8일 바야돌리드와 경기에서 결승골을 뽑아내며 발렌시아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거친 플레이로 인한 퇴장과 이적설, 그리고 제한된 출전 시간. '한국축구의 미래'라 불리는 이강인(19·발렌시아)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재능을 뽐내며 환하게 웃었다.
 
이강인은 8일(이하 한국 시각)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펼쳐진 2019-2020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5라운드 레알 바야돌리드와 경기에서 결승골을 뽑아냈다. 후반 44분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포로 바야돌리드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지난해 9월 26일 헤타페와 경기에서 골 맛을 본 지 9개월여 만에 득점에 성공했다.

극적인 결승골은 준수한 경기력의 보상이다.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 경기 흐름을 단숨에 바꾸는 마법 같은 능력으로 주인공이 됐다. 후반 11분 교체 투입되어 중원을 지키고 측면공격을 지원하던 이강인은 후반 37분 멋진 왼발 크로스로 상대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바야돌리드 선수의 공을 가로챈 뒤 날카롭게 휘어지는 얼리 크로스를 올려 막시 고메스의 헤더 슈팅을 도왔다.
 
공이 골대를 맞고 나오며 오프사이드가 선언됐지만 이강인의 천재성을 단박에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패스의 타이밍, 정확도, 강도가 모두 완벽에 가까웠다. 고메스가 상대 수비라인 안쪽으로 침투할 수 있도록 반 박자 빠른 타이밍에 크로스를 올렸고, 공은 궤적과 강도가 '택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확히 고메스의 머리에 닿았다. 비록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렸으나 발목 힘으로만 반 타이밍을 버는 크로스를 성공한 부분이 '이강인'다웠다.
 
결승골 상황은 조화와 개인 능력이 함께 빛났다. 동료들과 삼각패스로 공격 공간을 오밀조밀 파고든 후 환상적인 마무리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짧은 패스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섬세한 터치로 상대 수비수들이 접근하기 힘든 공간을 열었고, 인사이드 커터처럼 가운데로 꺾어 왼발 인프런트 슈팅을 시도했다. 연습하듯 패턴 플레이로 기회를 만들고, 위력적인 왼발로 직접 골을 터뜨렸다.
 
슈팅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보면, 다시 한번 이강인의 '천재성'을 느낄 수 있다. 보디 페이크와 짧은 드리블로 가운데로 침투했고, 슈팅 속임수를 살짝 준 뒤 수비수 사이로 파고드는 한방을 날렸다. 몸 중심을 낮게 잡고 잔 발을 짚으며 페이크까지 섞어 공을 지켰고, 슈팅 타이밍을 반 박자 죽여 득점 루트를 개척했다. 짧은 순간에 게임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멋진 작품을 완성했다. 이강인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은 날카롭게 감기며 골키퍼가 막기 힘든 구석에 꽂혔다.

이강인이 바야돌리드전 후반 44분에 절묘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그래픽=심재희 기자

사실 이강인이 최근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퇴장하는 등 아쉬운 장면을 남기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경기력은 괜찮았다. 6월 19일 레알 마드리드(0-3 패배)와 경기에서 교체 투입되어 후반 44분 레드카드를 받고 물러났으나, 6월 28일 비야레알전(0-2 패배)에 다시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아 환상적인 볼 키핑, 탈압박, 롱 패스를 성공하면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두 경기 결장 후 바야돌리드전(2-1 승리)에서 기회를 잡아 결정적인 한방을 작렬했다.
 
3경기 50분 출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리그가 재개된 후 이강인이 뛴 경기와 시간이다. 제한된 기회지만 서서히 그라운드 안에서 진가를 드러내며 존재감을 뽐냈다. 퇴장과 이적설 등 압박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기량을 발휘하며 출전 시간도 조금씩 늘려나가고 있다.
 
청소년 시절 '천재'라 불린 아시아 선수들이 성인 무대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선수들이 더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 피지컬의 한계와 적응력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도 아직은 완성된 선수가 아니다. 고무적인 부분은 약점 커버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휴식기 동안 눈에 띌 정도로 몸을 탄탄하게 만들었고, 성인무대의 템포와 동료 연계플레이도 한층 좋아져 기대치를 높인다. 아직 만 19세. 이강인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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