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연회비 대비 혜택이 풍성한 '혜자카드'의 신규 발급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연회비 대비 혜택이 풍성해 '혜자카드'로 불리며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신용카드들이 소리없이 사라지고 있다.

혜자카드는 피킹률과 관련이 있는데, 피킹률이란 신용카드 총 사용금액 대비 할인 혜택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10만원을 사용해서 1만원의 할인혜택을 받으면 피킹률은 10%이다. 피킹률이 5% 이상이면 혜택이 매우 좋은 이른바 '혜자카드'로 분류된다.

20~30대 고객들에게 '혜자카드'로 불렸던 '신한카드 2030' 카드의 경우 1999년 9월 출시돼 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랜드 등 본인 자유이용권 50% 할인을 연 3회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인터파크, 예스24 등을 통한 온라인 영화 역시 본인 및 동반 1인에 대한 1500원 할인을 연 15회 제공한다.

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 6일부터 '2030' 시리즈 3종을 포함한 '빅플러스(Big Plus)' 9종, 'GS칼텍스 샤인(Shine)' 3종, '레이디(Lady)' 8종, '트래블보너스' 2종 등 총 28종의 주요 제휴상품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해당 상품들은 모두 출시된지 오래된 상품으로 상품서비스가 고객의 최신 소비성향, 트렌드에 부합하지 못해 제휴사와 사전 협의 후 상품 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카드 역시 오는 31일 '다이렉트' 3종의 신규 발급을 중단하고 다음달 1일부터는 '배달의민족 우리체크카드' 2종과 '그랑블루Ⅱ', '카드의정석 위비온플러스', '온리(ONLY) 나만의카드', '타고싶은카드', '자유로운 여행카드' 2종 등 총 13종 상품의 신규 발급을 중단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카드사의 주요 제휴상품 신규 발급 중단 배경은 상품 관리 차원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로 신규 발급을 중단한 상품들의 이용률이 저조한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상반기 롯데카드는 '아임욜로(I'mYOLO)'와 '엘클래스(L.CLASS) L20'을, 현대카드는 'M에디션2'를, KB국민카드는 '탄탄대로 비즈 티타늄' 상품에 대한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일각에선 카드사들이 혜자카드 상품 신규 발급을 대규모 중단하는 추세에 대해 지난 1월 31일부터 시행중인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은 카드사가 신상품을 개발할 경우 판매비용보다 판매수익이 크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카드 상품이 적자를 낼 경우 그 원인과 대응방안 등을 분석해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이 카드운영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연초부터 시행된 가이드라인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뿐만 아니라 가맹점 수수료가 떨어지며 각 카드사가 상품 구조조정을 하는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카드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저성장시대, 낮은 수익구조, 경쟁심화 등 불리해진 경영여건 속에서 현재와 같은 고비용 영업구조가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해당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카드업계가 혜자카드 신규 발급을 대규모 중단하는 추세다./픽사베이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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