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KLPGA 전관왕에 오른 최혜진. /KL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선 선수의 아버지가 캐디를 맡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KLPGA 선수들은 대개 유년 시절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채를 처음 잡는다. 아버지들은 골프를 알고 관심이 많은 만큼 딸의 캐디 임무를 곧잘 수행해 낸다.

‘골프 대디(Golf Daddy)’가 캐디를 맡으면 크게 2가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선수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으며 캐디피를 줄일 수 있다. 어머니들은 선수인 딸의 매니저 임무를 맡기도 한다. 골프계에서 부모와 자녀 선수는 ‘걸어다니는 기업’과 같다.

◆지출의 큰 비중 차지하는 ‘캐디피’

남녀 투어 중하위권 선수들은 ‘적자(赤字)’를 면하는 게 우선이다. 지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캐디피 절감은 절실하다. 4라운드 대회 기준 전문 캐디는 많게는 150만 원까지 줘야 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하우스 캐디를 고용해도 약 100만 원은 지출해야 한다. 선수가 캐디, 동행하는 부모의 대회 기간 숙식을 책임지면 100만 원은 더 써야 한다. 캐디를 고용하지 않고 아버지의 도움을 구하는 게 비용 절감 면에선 효과가 크다.

대회 참가비는 KLPGA 투어 총상금 5억 원 이상 대회의 경우 14만3000원이다. 대회가 수도권에서 동떨어진 지역에서 열리면 유류비도 10만 원은 족히 나간다. 야디지북은 무상으로 제공되기도 하지만 구입해야 할 땐 선수와 캐디 것까지 2부 5만 원이 든다.

◆대회당 지출은 250만~300만 원 수준

항목별 지출을 더하면 비용은 250만~300만 원 수준이 된다. 실제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서 뛰는 함정우(26)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4라운드 대회에 출전하면 200만~300만 원 정도 지출한다. 대회 참가비와 숙식비, 캐디피, 캐디 숙식비 등을 합치면 그 정도 돈이 나간다. 200만 원 이내로 지출하는 경우는 집에서 숙식을 해결할 때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고 고백했다.

국내 남녀 선수의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은 조금 다르다. 남녀 투어 대회 수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KLPGA 투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열리고 있는 올 시즌을 제외하고 정상적인 시즌의 경우 30개 안팎의 대회가 열린다. 출전을 꾸준히 하는 선수들은 시즌당 25~28개 정도 대회에 나서는데 산술적인 계산으론 상금을 적어도 세후 6000만~9000만 원 수준으로 벌어야 적자를 면한다. KLPGA 선수들은 상금 수령 시 원천징수세 3.3%와 KLPGA 특별회비 6.0%를 더해 총 9.3%가 공제된 몫을 손에 넣는다. 시즌당 15~20개 대회를 치르는 KPGA 코리안 투어 선수들은 세후 상금 4000만~6000만 원 수준은 벌어야 본전이다. 후원사의 지원 수준에 따라 선수의 비용 절감이 더 이뤄질 순 있지만, 대체로 이 정도라고 봐도 크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정상급 선수들은 ‘절세ㆍ투자’ 고민

KLPGA에서 뛰는 A선수는 “상금 약 20위 이내에 들지 못하면 적자는 면해도, 세금 떼고 투어 생활 지출을 빼면 남는 게 얼마 없을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함정우 역시 “대회에 나가도 상금을 많이 못 타거나, 예선 통과는 하는데 20위 이내에 들지 못하는 성적을 내면 돈을 많이 벌 순 없는 것 같다. 주변에는 레슨으로 ‘투 잡’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고 털어놨다.

적자 고민이 없는 정상급 선수들은 ‘절세’나 ‘투자’를 고려한다. 수입이 많으면 과세 비율도 달라지기 때문에 정상급 선수들은 지출을 줄이는 것보단 절세나 투자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인 재테크일 수 있다. KLPGA 투어 베테랑인 B선수는 그 동안 모아왔던 돈을 관리하기 위해 자산관리 상담을 받고 펀드와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다. 20대 초반의 정상급 선수들에게 상금 사용 방식을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부모님이 관리하신다”고 대답하는데 알고 보면 부모들이 전문가에게 자산관리를 맡기기도 한다. 선수가 벌어들이는 상금액이 높을수록 부모는 공격적인 투자와 분산 투자 등 방식으로 자녀의 자산을 불려나가는 경우가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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