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문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규제 시장 혼란만 키워"
임대사업자 전세공급자라더니 투기꾼이야…세재혜택 폐지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부동산 규제가 또 나온다. 이번에는 세제가 대상이다. 정부는 현행 최고 62%에서 양도소득세율을 90%까지 높이고 종합부동산세에 적용되는 과세표준을 하향 조정해 고세율 적용 대상을 늘릴 계획이다.

임대사업자에 주던 세제 혜택을 소급 적용해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일관성 없는 정책이 시장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부동산 단기 매매시 양도세율을 대폭 높이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양도세율이 주택보유 1년 이내시 80%,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시 70%로 적용돼 있다.

지난 12·16 대책 당시 같은 보유기간에 따라 각각 50%, 40% 양도세율을 부과하려던 것과 비교해선 세율을 높였다. 또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권을 거래하거나 미등기 양도 자산일 경우에는 양도세율을 최고 90%까지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투기 목적의 주택 매매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는 종부세를 상향 정책과는 엇박자를 낸다. 정부 여당은 현행 0.5∼3.2%인 종부세율을 0.6∼4.0%까지 올리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종부세 부담 상한을 200%에서 30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종부세를 높인다는 건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라'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반면 양도세율 인상은 기존 매물이 시장으로 풀리는 것을 막는다. 세 부담이 큰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지 않게 되면서 ‘매물잠김’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서로 상충되는 조합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을 팔라는 정책과 팔지말라는 정책이 혼존하니 정책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양도세가 강화되면 오히려 매물잠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대 정책도 마찬가지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각종 세제혜택을 주면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했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017년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인터뷰에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금융 혜택을 드리니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시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절세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내 일정규모 이상 신규 주택 취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등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 축소를 결정한 바 있다. 강병원 의원은 지난 6일에는 신규 사업자와 기존 장기임대사업자에 과세 특혜 등을 축소하는 ‘부동산 임대사업 특혜 축소 3법’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소급적용 여부다. 당장 감면을 받은 세금에는 소급 적용할 수 없지만 아직 발생하지 않은 양도세, 종합부동산세의 기존 혜택은 새 법안 시행으로 줄이겠다는 게 강 의원실의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 발표만 믿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던 이들이 혜택을 박탈당하게 된다.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국가 공인 월세·전세 공급자들을 돌연 투기꾼으로 몰리게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락가락하는 정책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경인여대 교수)은 “서로 맞지 않는 규제라든지 오락가락하는 규제는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키울 가능성이 크고 정부 정책의 신뢰성도 떨어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현재 발의된 법안들만 봤을 때는 매물잠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세 부담이 커지게 되면 집주인은 양도하기보다 증여로 돌아설 수 있다. 정부가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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