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고 장재영.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최근 키움 히어로즈 팬들을 환호하게 한 고등학생이 있다. 고교 괴물 투수 덕수고 장재영(18)이다. 장재영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미루고 KBO리그 행을 선언했다. 

서울권 1차지명은 키움, 두산, LG가 돌아가면서 우선권을 갖는다. 올해는 키움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한다. 이변이 없는 한 고교 투수 최대어로 꼽히는 장재영은 키움 유니폼을 입을 전망이다. 키움 팬들은 벌써 ‘큠재영(키움+재영)’이라며 키움행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덕수고에서 만난 장재영은 “국내에 남는다고 했을 때 키움 팬들이 좋아해 주셨다고 들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 좋게 봐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꼭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들에게 사인도 잘해 드리고 인성과 실력을 두루 갖춘 선수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장재영은 중학교 시절부터 또래들보다 뛰어난 기량을 뽐내 장차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재목이라는 칭찬을 받은 특급 유망주다. 188㎝-92㎏의 당당한 체격을 갖춘 그는 최고 시속 157km의 빠른 공을 던진다. 2018년 고등학교 1학년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신분 조회 요청을 받기도 했다. 올해도 메이저리그 다수의 팀의 러브콜을 있었지만, 미국 직행 대신 KBO리그 데뷔를 택했다. 장재영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야구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신중하게 결정했다. 아버지(장정석 해설위원)와 정윤진 덕수고 감독님도 제 선택을 존중해주셨다”면서 “제가 생각했을 때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한국에도 좋은 선배님들 많이 있다. KBO리그에서 많이 배워서 성장하고 좋은 성적을 올리면 메이저리그 진출 기회는 다시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KBO리그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같은 길을 걷는 게 장재영의 꿈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포기한 게 아니라 잠시 접어둔 것이라고 생각한다. 류현진 선배처럼 국내에서 최고가 된 뒤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덕수고 장재영. /임민환 기자

키움은 장재영이 예전부터 선망하던 팀이다. 장재영은 초등학교 시절 목동 구장에서 시구한 경험도 있다. 키움 야구를 보고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운 장재영은 팀 역사에 남는 투수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아버지가 히어로즈 프런트로 일하실 때부터 야구장에 자주 놀러 갔다. 키움이라는 팀은 어렸을 때부터 정말 좋아하고 가고 싶은 팀이었다. 제가 3학년이 될 때 키움이 1순위라는 것을 알았고, 야구를 잘하면 꿈을 이룰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하기도 했다. 키움에 뽑히게 된다면 진심으로 행복할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고교 1학년때 최고 구속 시속 150km를 넘긴 장재영은 최근 대학 팀과 연습경기서 시속 157km를 찍었다. 프로 입단 전까지 시속 160km를 기록하는 게 목표이지만, 당분간은 커맨드 향상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는 “투구를 할 때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생각하고 던지려고 한다. 시속 160km를 던지는 것도 좋지만,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장재영은 순한 얼굴과 달리 마운드에 오르면 싸움닭으로 변한다. 롤모델 오승환(38ㆍ삼성 라이온즈)처럼 강한 인상을 풍기는 투수가 되는 게 꿈이다. 장재영은 글러브에 ‘confidence(자신감)’이라는 단어를 새겨 놓았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긴장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다. 제가 생각해도 강심장인 것 같다. 직구 하나만큼은 자신 있으니 타자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고 제 공을 던지려 한다. 롤모델 오승환 선배처럼 어디서든 잘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덕수고 장재영. /임민환 기자?

투수쪽에서 ‘역대급 재능’을 갖춘 장재영은 타격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전반기 타율 0.467를 기록하며 타격상을 받았다. 지난해 9월 부산 기장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4번 타자로 나서기도 했다. 고교 선수 중 투타 모두에서 장재영 만한 선수를 찾기 힘들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26ㆍLA 에인절스)처럼 ‘투타겸업’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장재영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스스로 타격을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해 운이 좋아서 타격상을 받은 것이다. 투타 겸업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국내 최고의 투수가 되는 게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장재영은 장정석 해설위원(전 키움 감독)의 장남으로 유명해졌다. 야구인 아버지는 장재영에게 든든한 지원군이다. 장재영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야구를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야구가 힘든 걸 아니까 시키고 싶어하시진 않았다. 3학년은 빠르고 5,6학년 때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너무 좋아해서 1년 내내 졸라서 4학년 때 시작했다. 평상시 야구에 관한 얘기는 잘 하지 않는다. 원래 아들들이 아버지 말을 잘 안 듣지 않나. 옆에서 묵묵히 지지해주셔서 힘이 된다”라고 했다.

최근 KBO리그엔 야구인 2세 열풍이 거세다. 장재영도 프로에서 아버지의 그림자를 벗겠다는 각오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의 말 한마디가 장재영을 깨웠다.  “지난해 부상으로 힘들어할 때 (이)정후형이 밥을 사주며 위로를 해준 적이 있다. 그때 (이)정후형이 ‘아버지의 아들로 불리기보단 야구선수 장재영으로 불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지금은 제가 장정석 감독의 아들로 불리지만, 미래엔 아버지가 ‘장재영의 아버지’로 불릴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러면 아버지도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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