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정도영 기자] 기자는 지난해 여름이 시작될 무렵부터 게임업계 취재를 시작했다. 게임에 대한 용어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각종 현장을 부딪혔다. 산업을 면밀 분석할 수준은 아니지만, 국내 게임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명확히 보였다. 시간은 흘렀고, 1년 새 게임은 국내를 대표하는 콘텐츠 산업의 자리를 확고히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언택트(비대면)' 시대의 수출 역군이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콘텐츠산업 11개 장르 중 게임은 70%에 가까운 수출을 이뤄냈다. 콘텐츠산업 총 수출액인 12조3692억원 중 8조3132억원이 게임에서 나왔다.

또한 국내 게임상장주의 합산 시가총액도 50조원에 육박한다. 지난 9일 기준 엔씨소프트는 시가총액 20조를 넘겼고, 넷마블도 10조원대를 기록 중이다. 이외 펄어비스, NHN, 컴투스 등 중견 게임사들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국 판호(유통 허가권)를 다시 뚫어야 하고, 코로나19 이슈로 최근 달라진 입장을 제시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질병코드 도입을 확실히 막아야 하는 등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시급하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하반기 발표할 '게임법 전면 개정안'을 예의 주시해야 하고, 스팀 규제로 구설수에 오른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 이슈가 빚어낸 낡은 법안들의 수정도 필요하다. 정부의 게임 친화적 정책 집행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고무적인 건 젊은 세대만 즐기는 게임이 줄어드는 등 업계 분위기는 생기가 돌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과거 친숙한 게임들을 활용한 신작들과 남녀노소 누구나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는 게임들을 줄이어 내놓고 있다. 캐주얼, 스포츠 장르 게임들도 다시 각광받는 등 건강한 게임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방점을 찍기 위해서는 국민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게임이 미래 먹거리라고 말로만 하는 기성세대들은 게임에 대한 최소한 용어와 동향 정도는 파악해야 한다. 과거 2000년대 초반 '바다이야기'로 낙인찍힌 게임은 그 시대에 머물러 있지 않다. 지하철, 버스를 둘러보라. 10대는 물론 직장인들의 일상을 함께 하는 것은 게임이다. 

정치인들도 매한가지다. 젊은 세대가 관심 갖는 게임을 이용해 일시적인 인기를 누리지 말자. 끊임없이 업계를 들여다보고, 개선점과 성장 방안을 연구·공유해야 한다. 게임 관계자들과 유저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게임'이라는 단어가 입에 오르내리는 것 그 이상일 수 있다.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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