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이 경기 후 홀로 섀도 피칭을 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8일 KT 위즈와 KIA타이거즈의 시즌 8차전이 열린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경기는 원정팀 KT의 7-4 승리로 끝을 맺었다. 치열했던 승부가 끝난 뒤 녹색 다이아몬드엔 뒷정리를 하는 KIA의 그라운드 키퍼들만 남아 있었다. 선수 대부분은 구장을 빠져나간 상황. 그런데 워닝 트랙에서 누군가 수건을 잡고 섀도 피칭(공은 쥐지 않은 채 투구 동작만 반복하는 훈련)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주인공은 KIA의 에이스 양현종(32)이었다. 그는 좌측 폴대에서 우측 폴대까지 걸어가면서 수없이 수건을 잡고 던지는 걸 반복했다. 잠시 멈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기도 했다. 무더운 날씨, 모두가 퇴근한 시간 혼자 땀을 흘렸다. 30분 가량 고독한 훈련을 소화한 양현종은 조명이 꺼질 때쯤 조용히 더그아웃 안으로 사라졌다. 

섀도 피칭은 양현종의 ‘루틴’이다. 투구 밸런스가 안 좋을 때 섀도 피칭을 하면서 감을 찾는다. KIA 관계자는 “예전부터 슬럼프에 빠질 때면 투구 밸런스를 회복하기 위해 섀도 피칭을 했다. 주로 실내 연습장이나 위닝 트랙에서 혼자 섀도 피칭을 한다”고 귀띔했다.

양현종은 올 시즌 ‘대투수’라는 별명이 무색한 정도로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 11경기에서 5승 5패 평균자책점 5.55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25위이다. 피안타율은 0.274로 20위,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1.37로 17위다.

4일 창원 NC전에서 4.1이닝 동안 무려 11안타(2홈런 포함)를 허용하며 8실점으로 무너졌다. 이번 시즌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조기 강판 당한 세 번째 경기였다. 양현종의 선발승은 지난달 9일 수원 KT 위즈전이 마지막이다. ‘밸런스가 무너졌다’, ‘투구패턴이 읽혔다’, ‘혹사의 영향이다’ 등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양현종의 몸 상태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KIA 내부엔 믿음이 있다. 에이스를 향한 믿음은 여전히 굳건하다. 야구계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양현종 걱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스스로 이겨낼 거라고 믿고 있다. 사령탑인 맷 윌리엄스(55) 감독의 믿음도 여전하다. 그는 “여러 체크를 해 봤는데 몸 상태나 컨디션은 좋다. 데이터를 디테일하게 보면서 찾은 것은 평균 구속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올라갔다는 점이다. 다만 체인지업 커맨드에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휴식을 주거나 2군에 내릴 생각은 없다. 다음 등판까지 시간이 남아 있고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현종은 선발투수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강한 선수다. 올해는 주장까지 맡아 더욱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달밤의 훈련’처럼 묵묵히 땀을 흘리며 제 페이스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양현종도 KIA도 간절하다. KIA는 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부터 8일 KT전까지 4연패했다. 순위는 어느덧 6위까지 내려왔다. 중위권 싸움이 치열해지는 시점에 첫 고비가 왔다. 에이스 양현종의 활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양현종이 지난해처럼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며 KIA의 반등을 이끌지 주목된다.

광주=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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