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3조원 마련 속도 내지만 알짜 계열사 외엔 어려울 수도
두산그룹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주요 자산과 계열사를 매각해 총 3조원 이상을 확보한다는 두산그룹의 자구안이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연내 1조원을 확보한다는 두산그룹의 계획에 따라 두산솔루스와 골프장 클럽모우CC의 매각이 진행되면서 연내 자금 확보는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 매각과 관련해 스카이레이크와 지난 7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매각작업을 구체화했다. 매각 대상은 경영권이 포함된 두산(17%)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주요 주주 및 특수관계인(44%)이 보유한 두산솔루스 지분 61%로 알려졌다.

매각 금액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7000억원대에서 얘기가 오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두산은 두산솔루스의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책정해 스카이레이크와 매각을 진행했지만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지난 4월 협상이 결렬됐던 만큼 현재 가격으로 재협상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솔루스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배터리 소재인 동박·전지박(2차전지용 동박)을 생산하는 곳으로 두산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 2633억원, 영업이익 382억원을 올렸고 올해도 실적이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29일에는 두산중공업이 보유중인 골프장 강원 홍천 클럽모우CC 매각과 관련해 1800억원대의 입찰가를 제시한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일각에서는 두산이 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를 헐값 매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현재 매각 금액들이 시장에서 충분한 가치를 받은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앞으로 남은 매각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될 예정이다.

이미 매각자산으로 분류된 두산타워의 경우도 부동산 전문운용사 마스턴투자운용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시장 가치가 약 8000억원으로 알려져 있어 올해 매각이 진행된다면 채권단에게 약속한 연내 1조원 마련이라는 자구안을 지킬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연내 1조원 규모 유상증자도 계획하고 있고, 두산중공업의 자산과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모트롤BG·두산메카텍·두산건설 등도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두산중공업은 경영 안정화를 위해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지원받는 대가로 3년내 3조원 이상의 자구안을 마련하기로 한 만큼 당장 올해 목표인 1조원 마련을 실현하더라도 남은 금액 마련은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산중공업이 하반기 추진하는 유상증자는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여야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확충에 참여하기 때문에 흥행 가능성을 유추하기 어렵다.

또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역시 핵심 계열사인 두산밥캣이 빠져있어 실제 매입에 나설 인수자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두산그룹 내에서 기업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되는 두산밥캣과 두산퓨얼셀,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두산베어스 등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자 두산이 이들은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앞서 언급된 기업들의 매각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두산그룹은 채권단에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전달하며 경영정상화를 위해 매각이나 유동화가 가능한 모든 자산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기존 주력 분야였던 원전사업 대신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고 밝힌 만큼 두산그룹 내 친환경 사업을 진행 중인 계열사들은 제외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채권단과의 재무구조 개선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핵심계열사까지 매각대상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자산 매각에서 경영권까지 모두 매각해 사업구조 개편에 잰걸음을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두산중공업의 차입금이 4조9000억원에 달하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정부의 손을 빌렸던 만큼 두산의 자구안 이행 의지는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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