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두고 책임론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두고 책임론 공방이 펼쳐지면서 투자자 피해 보상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모험자본 육성 등을 목표로 정부가 사모펀드 시장을 너무 방치해 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가 하면, 사모펀드와 관련된 사무관리를 맡았던 한국예탁결제원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들이 상품 판매로 인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와 검찰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옵티머스자산운용 경영진과 주요주주는 이미 구속된 상태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옵티머스자산운용 김재현(50) 대표와 2대주주인 이모(45) 씨, 이사 윤모(43) 씨에 대해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17일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펀드 만기의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면서부터 시작됐다.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옵티머스의 펀드를 판매했던 NH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옵티머스 측에 만기 연장의 합당한 이유를 물었으나, 옵티머스는 납득할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옵티머스 측은 펀드 설정 잔액 5172억원(지난 5월말 기준) 중 절반 가량인 2500억원에 대해 사용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NH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지난달 22일 옵티머스 임직원을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관련해서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옵티머스 임직원 등이 구속됐다. 이들은 안전한 공공기관의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펀드 자금을 끌어모은 뒤 부실 사모사채 등에 투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와 함께 옵티머스와 펀드 자산 등에 대한 실사도 진행되고 있다. 옵티머스의 관리인으로 선임된 금융감독원과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 등의 협의를 통해 삼일회계법인이 최근 본격적인 실사에 착수했다.

다만 문제는 옵티머스 측 임직원이 현재 회사에 한명도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당초 옵티머스의 임직원은 지난 3월 말 기준 총 12명이었지만,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지면서 대부분이 퇴사하거나 구속됐다.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책임론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문제가 된 옵티머스 펀드의 사무관리를 맡았던 예탁원은 전날 "투자신탁의 사무관리사는 펀드 편입자산을 대조·확인할 의무가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판에 대해 해명했다.

예탁원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따르면 투자회사의 사무관리회사는 편입자산을 대조하고 확인할 의무가 있으나, 투자신탁의 사무관리회사는 그렇지 않다"며 "자산운용사와 맺은 계약대로 기준가 계산만 한다"고 설명했다.

펀드는 일종의 명목 회사를 세워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회사와 자산운용사·신탁업자 간의 계약에 기초해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 신탁의 형태로 나뉘는데 옵티머스의 펀드는 투자신탁에 해당해 예탁원이 펀드 편입자산을 대조·확인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예탁원은 또한 옵티머스의 요청대로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이름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일부의 의혹에 대해 "자산운용사가 최초에 지정한 종목명을 입력한 것일 뿐, 기존의 종목명을 다시 변경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예탁원은 옵티머스 펀드의 편입자산을 등록하는 어떠한 장부도 작성·관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명호 예탁원 사장 역시 전날 상장회사법 토론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탁원을 ‘무인 보관함 관리업자’에 비유하며 "투자신탁 회사인 옵티머스운용과 예탁원은 사무관리에 대해 계약을 맺은 것이고, (예탁원은) 계약에 따른 의무만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특히 "무인 보관함 물품 목록에 보안 검사를 받지 않은 가방 두 개가 들어가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폭발물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 상황은 무인 보관함 관리자한테 왜 제대로 감시를 못 했느냐고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며 "현행 제도 하에서 각자 구성원들이 어떤 역할을 했느냐에 대해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중 한곳인 한국투자증권은 해당 펀드 투자자들에게 아무런 조건없이 투자원금의 70%를 이달 14일 일괄 지급키로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서 환매연기가 된 펀드(167억원)뿐만 아니라 만기가 내년 1월 예정인 펀드(120억)까지 모두 선지급할 계획이며, 나머지 30%에 대해서는 펀드 자산 실사 결과 등을 고려해 오는 9월 30일까지 지급여부 등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고객들의 피해 상황을 고려해 판매사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신속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가장 많은 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은 아직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내부논의를 거쳐 곧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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