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숙현 선수의 고향인 경북 칠곡에 애도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소속 고(故) 최숙현을 폭행하고 가혹 행위를 주도해 죽음으로 몰고 간 팀닥터(운동처방사) 안주현(45) 씨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고소ㆍ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 경주시청 소속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2명은 9일 팀닥터 안씨를 비롯해 김규봉 감독과 선배 2명을 폭행 등 혐의로 추가로 고소했다. 이들을 고소한 선수 2명은 안 씨 등에게 직접 폭행을 당한 피해자인 동시에 고 최숙현이 폭행 당하는 것을 본 목격자이기도 하다.

앞서 경주시체육회도 8일 폭행, 성추행, 사기 등 혐의로 안 씨를 대구지검 경주지청에 고발했다. 경주시체육회 여준기 회장은 8일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에 직접 성추행과 폭행 혐의로 안 씨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여 회장은 취재진에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전·현직 선수로부터 추가 진술을 받았고 법률 검토를 거쳐 고발장을 냈다”며 “고인 명복을 빌며 경주시체육회가 무한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대한철인3종협회 역시 안 씨를 고소한 상태다. 철인3종협회는 8일 폭행·성추행·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고 최숙현에게 가혹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사람은 4명이다. 협회는 6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과 핵심 선배 선수에게 영구 제명의 중징계를 내렸다. 또 다른 선배는 10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안 씨는 협회 소속이 아니어서 공정위에서 직접 징계를 내리지 못했다.

고소ㆍ고발이 잇따르고 있지만, 안 씨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최 선수 유족은 물론 경주시체육회 등의 연락도 받지 않고 있어 소재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는 8일 “안 씨가 수차례 연락을 시도해도 받지 않는 상태”라며 “현재 안 씨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고(故) 최숙현 선수 폭행 의혹을 받았던 이른바 ‘남자 선배’ 김도환은 9일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김도환은 8일 언론 인터뷰에서 “후배 선수들이 국회까지 가서 증언하는 모습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껴 용기를 냈다”며 “최숙현에게 미안하다”고 털어놓았다.

김도환은 김규봉 감독과 주장 장윤정이 최숙현을 폭행한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2016년 2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때 남자 선수 3명이 방 안에 있는데, 감독이 우리를 불러냈다”며 “나가 보니 감독은 술을 마시고 있었고, 숙현이가 폭행을 당한 뒤 열중쉬어 자세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윤정이 훈련장 등에서 최숙현을 폭행하는 모습을 적어도 한 달에 3, 4번은 봤다”고 폭로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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