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는 미국 스포츠 전문 방송사 ESPN이 생중계했다. 이날 ESPN의 중계엔 특별 손님이 참여했다. KT 위즈 외인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30)의 아버지인 멜 로하스 시니어(54)다. 로하스 시니어는 3회 한 이닝 동안 ESPN 중계진과 인터뷰를 했다. 로하스 시니어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투수로 활약한 야구인이다. 불펜 투수로 뛰며 메이저리그 통산 525경기 31승 34패 126세이브를 기록했다. 2017년 트리플A에서 뛰던 로하스 주니어에게 한국행을 추천했다. 

로하스 주니어는 이날 경기 전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6월 월간 MVP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6월 25경기에서 101타수 35안타(11홈런) 25타점 20득점 타율 0.347으로 맹활약했다. 팬 투표에선 2만7718표를 획득했고, 기자단 투표에서 사실상 몰표(20표)를 받아 총점 40.15점을 얻어 박건우(37.27점)를 제치고 6월 리그 최고 선수에 올랐다. KBO리그 데뷔 이후 첫 월간 MVP 수상이다. KT 소속 선수로는 지난 2018년 4월 MVP를 수상한 외야수 유한준에 이어 두 번째다.

이강철(54) KT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잘해주고 있어서 고맙다. 상을 받았으니 며칠은 더 잘할 것 같다. 꾸준히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농담 섞인 덕담을 건넸다.

이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날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로하스 주니어는 1-1로 팽팽한 3회 1사 2,3루에서는 중전 적시타를 날려 경기를 뒤집었다. 5회에도 2사 2루에서 우익수 앞 적시타를 날려 귀중한 추가점을 뽑았다. 7회는 볼넷을 얻어 걸어나갔다. 이날 2안타 1불넷 3타점을 수확하며 팀의 7-4 승리를 이끌었다. 아버지가 중계한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쳐서 더욱 의미가 컸다. 그는 "월간 MVP에 선정돼서 기분 좋게 경기에 임했다. 매 타석 집중하려고 했고, 두 번째 타석에 운좋게 안타가 나와 팀이 리드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아버지가 ESPN 중계 해설을 하신다고 하셨지만,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다. 하루빨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진정되어서 팬들과 아버지, 그리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경기를 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로하스 주니어는 2018년 타율 0.305에 43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뽐냈고, 2019년에는 바뀐 공인구로 인한 '투고타저' 현상으로 홈런이 24개로 줄었지만 타율 0.322, 104타점 등 활약으로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KBO리그 4년 차인 그는 올 시즌 괴물 타자로 진화했다. 9일 오전 기준 타율 0.374(2위), 19홈런(1위), 52타점(1위), 48득점(2위), 83안타(2위), 출루율 0.426(3위), 장타율 0.707(1위), OPS 1.133(1위) 등으로 주요 타격 지표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상대 투수에 따라 좌·우 타석을 자유롭게 오가는 스위치 타자인 로하스 주니어는 해를 넘길수록 KBO리그 투수 경험치를 쌓으며 발전했다. 올 시즌 좌투수에게 타율 0.404(57타수 23안타), 우투수에게 0.375(144타수 54안타)를 기록 중이다. 그는 비시즌에 철저하게 몸을 만들었다. 겨우내 꾸준히 훈련하며 몸을 만들었고, 다부진 몸으로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나타나 코칭스태프를 흡족하게 했다. "지난해에는 파워에 신경 썼다면 올해는 부상 방지와 몸에 대한 불안함을 줄이기 위해 민첩성과 유연성 향상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늦은 개막도 로하스 주니어에게 도움이 됐다. 그는 지난 시즌 5월까지 0.250을 기록하며 ‘슬로스타터’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개막이 늦어지면서 예열 시간 없이 시즌 초반부터 시동을 걸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지난 시즌엔 초반에 조금 안 좋았는데 올해는 개막도 늦어졌고 본인이 몸을 잘 만들면서 준비를 잘 해왔다”고 밝혔다.

KBO리그 정상급 성적을 기록 중인 로하스 주니어의 최종 목표는 KT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개인수상도 기쁘지만 크게 보면 팀이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하는 것이 더 큰 행복"이라며 “스프링캠프 때 얘기했던 KT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욕심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팀이 KS에 진출한다면 KS MVP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목표는 ‘트리플 크라운’이다. 타격 3관왕은 KBO리그 역사에서 단 3번만 나왔다. 1984년 이만수가 한 차례, 이대호가 2006년과 2010년 두 차례 기록한 바 있다. 로하스 주니어는 외인 타자 최초 트리플크라운이라는 새로운 길을 가려 한다. "가끔 동료들이 말해 주거나 성적이 포함된 글을 볼 때만 확인한다. 기록을 의식하면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수치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하게 된다면 트리플 크라운(타율-타점-홈런)이 욕심난다"고 각오를 다졌다.

광주=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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